매거진 공작일보

추운 집에서 추운 겨울 보내기

그래도 우리 집이 좋아요

by 보부장

겨울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계절입니다. 추운 곳에서 잠들고 일어나면 더 하지요?

저희 가족은 아침마다 14도씨 정도의 방에서 코끝에 시리게 부는 공기를 맡으며 잠이 깹니다. 이불에서 얼굴만 쏙 내놓고 "아... 일어나기 싫다"라고 하면서요.



저희 가족은 중국식 아파트에서 생활하거든요. 상하이의 로컬 아파트는 온돌 보일러가 없어 아주 추운 편입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는 온돌 보일러를 갖춘 집들도 있지만 구조적으로나 재료면에서나 단열 상태가 좋지 않아 소위 웃풍이라는 차가운 바람이 집안에서도 쌩쌩 붑니다. 그래서 한국 온돌 보일러 집만큼 따뜻한 온기가 부족해요.



가끔 온돌 보일러를 갖춘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온 몸에 열이 후끈 올라 얼굴이 벌게지곤 했지요. 따뜻한 실내에서 보면 보일러 집에 사는 사람들과 보일러가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딱 구분이 간답니다. 따뜻한 곳에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촌 언니병 증세가 나타나면 보일러 없는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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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난방을 운영하는 동북 지역을 제외한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에어컨의 뜨거운 바람으로 난방을 합니다. 그리고 옷을 따뜻하게 갖춰 입지요. 입식 생활을 하다 보니 맨발이나 양말 차람으로 다니는 일도 없어요(저희 집 도우미 아주머니는 한 여름에 맨발로 화장실용 슬리퍼를 신으셨지요). 실내용 신발도 털이 보송보송, 두툼 두툼. 요즘은 수면잠옷 같은 얇고 가벼운 소재로 만든 옷들도 많지만, 보통은 솜이 두둑한 실내복을 꼭 갖춰 입어요. 어르신들은 모자도 쓰지요.



보일러가 없어 춥지만, 에어컨 난방 바람을 싫어하는 저희 가족은 난방 필름과 라디에이터를 주로 이용합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 열손실을 막기 위한 알루미늄 보온판을 깔고, 전기선으로 열을 내는 난방 필름을 한 장, 그리고 그 위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장판지를 한 장 더!


가로 세로 몇 미터 되지 않는 좁은 면적이지만, 단칸방 살이 하듯, 겨울에는 이 장판지 이상을 벗어나기가 어려워요. 다들 담요를 뒤집어쓴 채 필름 위에서만 오글오글 한답니다.


하지만 전기 필름이나 라디에이터는 여차했다가는 전기세 폭탄을 맞을 수 있어요. 전기 소모가 심하거든요.

저희는 겨울을 지나는 두어 달 동안 전기세가 1000웬(한국돈 약 170,000원)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스보일러를 쓰는 친구들은 한국보다 난방 효율이 낮은 보일러 덕분에 가스비 폭탄을 조심해야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겨울이면 각종 난방 도우미 들을 준비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바람막이 테이프도 문틈마다 꼼꼼히!


그런데 참 신기하지요? 그렇게 막아대도 황소바람은 집안 구석구석 계속 불어옵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 바람이 시작되는 건지...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어깨도 꽁꽁꽁



창이며 베란다도 다 홑겹 유리문이라 냉기를 막아주지 못해요. 한국의 "새시" 문이 얼마나 그리운지. 그래서 두꺼운 커튼도 쳐주어야 하는데요 ,


해마다 빨수록 커튼의 길이가 짧아지는 건.... 황소의 짓일까요?



그래도 이제 온돌 보일러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설날 때마다 만나는 한국 집 온돌은 사실 조금 불편해졌어요. 드글 드글 끓는 바닥이 좋기는 하지만 공기가 너무 건조하더라고요. 얼굴도 많이 붓는 것 같고. 온도를 많이 올리지 않았다고 하시지만 여름옷을 입어도 좋을 만큼 더운 실내 공기도 답답하고요.


여담으로 한국에서 옮겨온지 얼마 되지 않는 한국 사람들이 집이 춥다며, 보일러가 고장 난 것 같다고 수리공들을 불렀는데 수리공들이 "보일러는 멀쩡하니 옷을 더 입으라" 고 얘기를 했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실내에서 옷을 얇아도 푸근하게 살았으니, 보일러를 켜도 으슬으슬 추운 상하이의 집안이 이해가 가질 않고, 중국 사람들 눈에는 옷을 얇게 입고 춥다고 하는 한국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지요.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생각의 차이가 여기서도 있네요.



온돌 보일러 집에서 생활하지 않아도 저는 걱정 없습니다. 이제 저에겐 세상 가장 따뜻한 난로가 있거든요. 따끈따끈 아이들을 꼭 안고 잠드는 게 제겐 제일 행복한 일입니다.



아차, 사춘기에 접어든 난로를 끌어 안을 땐 호흡이 조금 곤란할 때가 있으니, 각도를 잘 조절해서 안아주서야 할 거예요. 고약한 정수리 냄새!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지만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집안이 조금 더 푸근하면 좋긴 하겠어요.

그래도 낄낄 깔깔 뒹굴 뒹굴 하다 보면 또 금방 훈훈해지는 우리 집!

심술쟁이 황소도 아마 저희와 함께 껴서 뒹굴고 싶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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