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났다

오랜만의 반가운 연락 그리고... 우울함

by 아보딩

지난 주말 남편과 가볍게 근처 카페에 다녀왔다.

다녀온 뒤에는 현관 팬트리를 열어 집안 청소를 했다.

요즘 내 인생의 목표는 미니멀라이프!


"가볍게 살자.. 그리고.. 간단하고 단순하게 살자.. "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내가 소중한 삶을 살자" 등등...

그래서 우리 집 한편을 채우고 있던 과거의 영광스러운 (?) 흔적들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1년에 1번도 펼쳐보지 않는 상장들...

그리고...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득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

앞머리가 웃겨서 없애버리고 싶었던 졸업앨범 등등...

막상 버리려고 하니 잠시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가 지향하는 삶과는 맞지 않는 생각에 버리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집 팬트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 짐들이 내게는 답답했던 것 같다.

답답했던 이유는 현재의 만족스럽지 않은 삶에 대한 자괴감을 들게 하는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모두 정리해서 버리고 나자...

일요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버리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월요일에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절인연이라 생각하여 잠시 추억으로만 기억하던 친구들의 연락!

근 10년 만의 연락이라... 반가웠다.

오랜만에 친구들의 연락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반가운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살짝은 어색한 마음

친구들이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면서도

변해버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우울감도 느껴졌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나는 열심히 살았던가...

왜 나는 아직도 내가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하고... 우울감이 느껴지는가...

만족스럽지 않은 나의 삶을.. 나는 어떻게 지낼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이내 우울함이 느껴졌다.


평범함의 기준을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함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삶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결혼한 친구는 아이를 키우며 워킹맘으로 멋지게 살고 있고,

다른 친구 2명은 각자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며 살고 있다.

나만 너무 찐따 같은 마음...

이 우울함은 저녁에 남편의 얼굴을 보면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요즘 문득 드는 우울감은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딩크로 살아가다 보면 나의 우울함을 숨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내가 우울함의 이유가 아이 때문이 아닌데,

지레짐작 "그러니까 애도 있고, 남들처럼 살아야지"라는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들을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이렇게 우울함이 찾아오는 날에는 그런 시선들과 말들에 상처받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존감은 낮은 사람이다.

그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조금씩 노력하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점점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순한 생각과, 나를 지키는 일에 대해 진심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사실 딩크로 살면 너무 행복합니다 혹은 딩크로 살았더니 후회됩니다.

이런 글을 쓰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한 건 아니다.

그냥 나의 솔직한 마음을 터놓고 싶어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 자신이 만든 평범한 삶의 프레임에 갇혀서

내가 스스로의 자존감을 더 떨어트리는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래저래 오늘은 남편이랑 저녁에 뜨끈한 어묵탕에 몸도 마음도 녹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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