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거 빼고 있는 것만으로 성공 이끌어내기
'나는 언제까지 남 밑에서 일해야 할까?'
'언제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게도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분명 자유로운 삶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필라테스 강사를 한 것이었다. 물론 일 자체만 놓고 보면 회사원보다 자유로웠다. 하지만 센터에 소속된 강사로 일을 하면서 수업 외 업무가 생각보다 많았다.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할 때에는 내 의중과 관계없이 지시받는 일을 해야 한다. 그 부분에서는 회사를 다니는 것과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또 다른 종류의 직장인일 뿐이었다.
강사가 되면 필라테스를 원 없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현실은 운동을 가르치기만 했지 퇴근을 하면 개인 운동은커녕 녹초가 되어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물론 근무를 하는 센터에서 강사들이 개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직장이다 보니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퇴사하며 꿈꾸던 '원 없이 필라테스 하며 몸매 가꾸기'와 '자유로운 삶'을 퇴사 후에도 누려보지 못한 게 갑자기 억울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 좋은 회사를 그만두었던가!
해결책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고심 끝에 집에 필라테스 기구를 하나 사서 집에서라도 원 없이 필라테스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문제는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기구를 들여놓는 것에 대한 반대가 엄청났다.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부모님을 이겨본 적이 한번 없는 나였는데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돌아올 뻔한 답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어 다시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기구를 하나 사려고 해.”
예상대로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말이다. 결혼할 생각을 해야지 본격적으로 기구를 사서 집에 들여놓을 셈이냐고 거세게 반대하셨다. 필라테스 센터를 오픈하는 것 역시 일단 시집부터 간 다음에 생각하라는 답답한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기구를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 돈으로 사겠다는데 왜 안 되는 것이냐며 무조건 사겠다고 으름장을 피웠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갈등을 두려워해서 무조건 참고 순응하며 살아왔던 나였다. 하지만 진정으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되자, 반항기가 뒤늦게 폭발해버렸다.
서른이 넘어서 그까짓 운동기구 하나 사는 것조차도 여전히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그간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집에서 조차 내게 자유가 없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절망과 분노가 폭풍처럼 몰려왔다. 이제껏 보지 못한 나의 강경한 모습에 결국 기구 1개만 구매하는 조건으로 부모님과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필라테스 기구는 기본 총 4가지의 기구로 구성되어 있다. 그 4개의 기구를 통틀어서 1 세트라고 부른다. 문제는 우리 집에 기구 한 세트는 고사하고 한 개도 들여놓을 공간이 없었다. 필라테스 기구 한 세트는 최소 약 1000만 원이다. 당시 내 통장에 1000만 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