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치료라 쓰고 기업 분석이라 읽는다.
인턴을 3번이나 하고도 취업이 안되던 시절, 공백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던 시절 제가 한 일은 바로 실업급여로 "집 꾸미기" 용품을 panic buying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오늘의 집에서만 쓴 돈, 그러니까 현재까지 제가 오늘의 집에 가져다준 LTV만 해도 거의 5백만 원은 나왔을 거 같습니다.
저는 소비에 그치지 않고 오늘의 집에서 구매한 전 상품에 대한 리뷰를 빠짐없이 달았고, 오늘의 집의 주요 서비스였던 커뮤니티 활동에도 진심을 다해 활동했습니다. 그중 한 콘텐츠는 3주가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조회수가 1만 건 이상, 스크랩 40건 이상 돌파하는 등 제가 포스팅했던 콘텐츠에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당시 누구보다 집 꾸미기에 진심을 다해 열정 퍼붓기를 했던 이유는 "취준으로 인한 스트레스 극복"과 "나에 대한 보상"이 다였습니다.
원래 글 보러 가기 > https://blog.naver.com/bo_el/222251473306
틈틈이 취업 시장에 지원을 몇 차례 하던 중 제가 당시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체류하던 앱서비스 오늘의 집의 "커머스 전략팀" 체험형 인턴 포지션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서비스에 다시 한번 "덕업일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하여 지원을 결심하게 됩니다. 오늘의 집 지원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의 지원 동기 부분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한 달 만에 상품 리뷰 수, 오늘의 집 조회수 2000 돌파]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저 또한 인테리어 가구와 소형가전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지난겨울 동안 '오늘의 집'이라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가구와 상품을 구매하면서 VIP가 되고 60가지가 넘는 상품을 구매하고 사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그중 한 콘텐츠는 3주 만에 조회수 2000건, 스크랩 수 20건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집'의 VIP로서 다양한 상품들을 탐색하고 구매한 경험을 통해 저 또한 버킷플레이스의 커머스 전략을 담당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여 고객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원이 되고자 지원하였습니다. 총 3회의 인턴 경험과 빅데이터 교육 이수 경험을 통하여 구매 데이터에 기반하여 새로운 개선점을 찾아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체험형 인턴이었음에도 당시 뜨겁게 부상하고 있던 유니콘 단계의 스타트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쉽게도 떨어지게 됐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채워가는 여정이 부담스럽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갔습니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도 뵀던 실무진분들에게 비하인드 실무 Story를 들으러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떨어진 게 아쉬웠지만 취업 준비를 하며 힘이 많이 부쳤던 저에게 있어 또 다른 몰입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잠깐 떨어진 슬픔으로 인해 좋아하던 오늘의 집을 홈에서 숨김처리하고 알람 App push를 해제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랄까요.)
그로부터 일주일 뒤, 낯익은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게 됩니다.
"OO 씨, 안녕하세요. 버킷 플레이스 오늘의 집 채용 담당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커머스 전략팀 인턴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해서요.
2번째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OO 씨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리고 싶어요.
입사 괜찮으실까요?"
이렇게 4번째 인턴 경험을 그토록 좋아하고 애정하던 서비스인 오늘의 집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투자의 대가 강병천 회장님이 유퀴즈에 나와 "소비해 보고 괜찮으면 주주가 돼라"는 말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도 애플에서 나온 온갖 신제품을 구매하는 지독한 앱 x이었는데, 제품 하나씩 구매할 때마다 애플의 주식을 주매 하는 주주가 되었습니다.
버킷플레이스 입사한 직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애정하는 서비스 오늘의 집의 주주가 되고 싶었지만, 비상장사였던 버킷플레이스의 주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뻘 생각을 했기도 합니다.)
마치며
<요약>
취준 시절 특이 사항
1) 대기업 오프라인 유통사 2년간 4번 최종 면접
2) (대학 동아리 경험 바탕으로)카메라 제조업 Product Marketer 최종 면접
인턴 경험
1) 대기업 계열 종합광고 대행사 온라인 가전 시장 리서치 인턴
2) 패션 유통 대기업 영업 지원 인턴
3) 통신업계 영업 마케팅 인턴
4) 이커머스 스타트업 전략 기획 인턴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공부하면서 나만의 콘텐츠로 내세울 게 없어 고민이 많던 초보 취린이 시절 부터 지금까지 타이틀만 놓고 보면 정말 다양한 업계에서 상이한 조직문화를 지닌 기업체에서(대기업, 스타트업) 이것저것 많이 기웃거려보았다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이력에서의 specialty를 찾는 것이 저 조차도 안보이고 고민하면 고민할 수록 답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이를 관통하는 건 데이터 분석보다도 저의 마음 set, Attitude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덕후 못지 않은 몰입(하나를 해도 제대로 분석하고 파보겠다는)감은 하나의 현상, 나아가 문제 현상에 대해 Deep dive하여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데 기본 정신으로 작용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콘텐츠에서 저희 아버지가 지리학자라고 밝혔는데요.
중학교 시절, 도시지리학자이신 아버지의 논문 자료 수집을 위해 도우미를 자처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2,000개가 넘는 상가를 지도에 표시하는 일을 맡아 지친 상태에서, 아버지는 이렇게 조사한 상가들을 수십 가지로 분류해 입지 특성을 밝히는 데 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에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데이터라 하더라도 기준과 의도에 따라서 색다른 가치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수만가지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발굴해내는 거창한 능력보다도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주도성과 적극성을 갖고 연구적 자세로 임하는 어떤 학자적 정신을 물려받았다고 보는 게 저를 너무 과장하여 포장하지 맞을 것 같습니다.
저의 긴 글의 여정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