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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입니다

(미투: 권력을 향한 고발)

by 소봉 이숙진


도서관 신간 진열장에 항간에 미투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김지은입니다"라는 책이 나와서 얼른 집었다.

권력을 향한 고발로 인해 두들겨 맞았을 신산한 세월을 살아 낸 그녀의 고백서를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밤잠을 잊고 한숨에 다 읽어 내려갔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2년을 견뎌낸 그녀에게 연민의 정이 솟는다.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의 다른 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는 이 점에 있어서는 후진국이다.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여러 권력자가 중도 하차를 하고, 피해자는 사회생활을 못하고 동굴에 갇힌 채 괴로워한다.

피해자지만, 한 인간의 생이 송두리째 까발려지는 2차 가해가 더 무섭다.

또한, 잘못을 떠나서 가해자 여러 가정이 쑥대밭이 된 사례도 안타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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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자꾸만 생길까.

어릴 때부터 성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철들지 않은 수컷들의 본능이 제어가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늙어도 수컷은 안기고 싶은 모성자극에 시달리고 있는 불쌍한 존재다.

법치국가에서 사회 규범이 있고 지켜야 할 도덕이 있는데, 권력자라고 수컷의 본능을 마음대로 표출해도 된다는 사고는 큰 착각이다.

이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보면서, 아직 우리는 엄청난 후진국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가정에서 부부생활이 원만해야 외도를 않을 것이다.

부부의 성관계도 서로가 허심탄회하게 상의하여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노력하여 볼 일이다. 부부관계에서는 여성도 어디까지나 능동적이어야 한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미국 문화에 길들여진 청년이 귀국하여 반듯한 집안의 조신한 처녀와 결혼했다가, 여자가 성관계에서 너무 수동적이라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이혼한 예를 본 적이 있다. 세속적인 표현으로 속궁합이 맞지 않은 것이다.

부부란 서로 보완하고 서로 노력하고 서로 치유해야 하는 관계가 아닌가.

한 남자를 만족 못 시키는 그 부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남녀 모두 체력 운운 하지만, 그런 부분은 테크닉으로 커버할 센스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내조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가정에서 건전한 사회가 이루어진다.

제비도 낯짝이 있고 빈대도 콧잔등이 있는 법인데, 남의 귀한 딸에게 부하라고 함부로 갑질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암수가 존재하는 한 유곽은 필요악이다. 반대 이론의 여성들에게 머리끄덩이 잡힐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안전을 위해선 때론 필요악도 존재해야 한다.

법의 잣대로 꽁꽁 묶어두니, 배설할 곳 없는 수컷들의 도발에 이 땅의 딸들이 위태 위태하다. 지금도 음지에서는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서민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얼마 전에도 직장에서 퇴근하던 여성이 버스비를 아끼려고 인적이 드문 길을 걸어가다가, 발정 난 남자에게 붙잡혀 목숨을 잃은 불상사가 있지 않았는가.

내 처 내 딸 내 누이가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으려면, 직업적인 유곽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불상사는 내 집 내 딸의 문제이기도 하니 정책 입안자들이나 권력층들도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겉으로는 '미투'를 외치고, 정작 본인은 부하 여직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며 갑질한 선례가 있으니 모두 관심을 가질 때다.

각 지방의 수령들이 각자 신라, 백제, 고구려 왕으로 회귀하여 궁녀를 거느리려 한 착각이 섬뜩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취업하기 어려운 이 나라에서 상관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건 인지상정이다.

아무리 수행비서라도 근무시간 이후에는 수발을 하지 않아야 옳다.

더구나 가족의 수발까지 하게 해서는 안된다.

사교 모임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으면 대리기사를 불러야지 근무시간이 끝나고 퇴근한 수행비서를 불러서 운전하라고 하는 건 위법이다.

더 가진 자들이, 더 배운자들이, 더 높은 계층이 솔선수범해야 할 일이다.


이 땅의 딸들이 안전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페미니즘을 여성에게만 국한된 논조로 보는 것 옳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있지만, 어제오늘 그 장관의 발언을 보면 굳이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가 불가사의하다.

적어도 여성가족부라면, 내 딸, 내 누이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김지은 씨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떳떳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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