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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운중농원 풍경

by 소봉 이숙진

판교 운중농원에 가족끼리 외식하러 갔다가 단풍을 즐기고 왔다.

입구에 서서 우리를 맞이하는 빨간 단풍나무가 압권이다. 식당에 들어가기도 전 사진 찍기 바쁘다.

이렇게 짙은 빨강은 처음 본다.

어떤 물감으로도 이런 색은 만들지 못할 것 같다.

역시 자연이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 난다.

식사하러 온 손님 모두에게 이 단풍나무는 피사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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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터진 농원의 전경에 매료되어 한참을 서성인다.

데리러 나온 아들에게 이끌려 그때서야

우리 예약 좌석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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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탁 담당 직원은 고기 굽는 솜씨가 뛰어나고 친절도 갖추었다. 어떻게 한 점 타지 않게 적당한 타이밍에 굴리는지 칭찬을 여러 번 해줬다. 팁을 주고 싶었으나, 잘 나가는 아들들 앞에서 오버인 것 같아서 참았다.

코로나로 모임을 못하고 외식도 자주 못하고 집밥만 먹게 되니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잘 된 일이다. 집에서는 냄새 때문에 고기 굽기가 마땅찮다.

손녀 둘이 돼지갈비를 잘 먹으니 귀엽고 다행스럽다.

돼지갈비와 냉면은 환상적인 컬래버인 데, 찬 냉면이 들어가면 지방을 굳힌다고 하니 억지춘향으로 참는다.

다이어트 대열에 선 부류는 된장찌개와 공깃밥, 다이어트 관심 없고 맛으로만 승부하는 파는 물냉면, 두 부류로 나뉜다. 나도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자연스레 된장찌개 대열에 합류하여 맛보다 건강우선에 치중하게 된다.


밖으로 나오자 앞에 내다보이는 저수지에 마음 뺏겨 서둘러 내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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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골짜기에서 떠내려 온 흙과 모래가 저수지 어귀에 삼각형 모양으로 쌓여 있다. 말로만 듣던 삼각주를 실제로 보게 되었다. 아가들에게 삼각주를 설명해 주라니까, 아직은 너무 빠르다고 한다. 이런 좋은 산교육 기회가 어디 자주 있을까? 아쉽지만, 사진 남기기에만 집중한다.

저수지 가장자리 둑에 버드나무가 늘어진 풍경도 운치가 나를 소녀시대로 이끈다.

표현을 잘해 보려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아 보지만 아마추어 솜씨가 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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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서 위로 쭉 올라가는 길은 낙엽 카핏이 푹신하다.

양쪽으로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걷는 오솔길이 참으로 멋지다.

아이들 동영상을 찍어주며 낙엽을 찍으며 오손도손 가족 나들이가 정겹다.

고운 낙엽을 밟는 만큼 아가들의 마음도 예뻐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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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답답한 요즘 야외로 나와서 바람 쐐니 금상첨화다.

사람들이 붐비지도 않고 바로 옆에 찻집도 있고 경관이 너무 좋으니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단풍 속에서 행복 한 줌 업그레이드되어, 갈 때 났던 차멀미가 싹 가셨다.

내가 운전하면 멀미가 안 나는데, 회장석에 앉으면 이상하게 멀미가 난다.

나는 아직 촌놈 티를 못 벗은 건가? 회장 되기는 글렀다는 신호인가?


가을꽃들이 해맑게 웃고 있어서 여러 컷 찍었다. 아래 콜라주로 엮어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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