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내리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유년에 눈 오는 날 미역에 찹쌀 옹심이 넣고 끓여주는 엄마표 미역국이 맛있었다.
오늘따라 그 미역국이 유난히 그립다.
냉동실을 뒤지니 매생이 덩이와 찹쌀가루가 나온다.
"옳다쿠나! 매생이 옹심이국을 만들어 먹자."
매생이를 해동시키고, 찹쌀가루를 익반죽 해서 대충 옹심이를 만들었다.
멸치육수는 매생이의 향을 덮을 것 같아서 생략한다.
집간장과 연두를 넣고 맑게 끓이려는 속셈이다.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는 파를 싹둑싹둑 잘라서 넣고, 계란을 하나 풀어서 넣었다.
간을 보니 딱이다.
그런데, 아뿔싸! 건더기를 입에 넣어보니 매생이의 질감이 아니다. 봉투의 메모를 찾아보니 파래였다.
매생이와 파래를 한 바구니에 넣어 둬서, 메모를 확인 않고 해동시킨 내 잘못이다.
저 푹푹 내리는 눈 때문에 마음이 들떠서 이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꿩대신 닭이라고, 먹기는 하지만 기대했던 맛이 아니다.
파래를 무와 생채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
내 좌우명이 후회는 하지 않기니, 쿨하게 넘기기로 한다.
그래도 뭔가 서운해서 명란을 꺼내서 파 송송 썰고 참기름을 쪼르륵 부어서 옆에 놓았다.
원래는 밥은 안 먹고 매생이 옹심이만 먹으려고 했는데, 결국 밥도 담고 양배추쌈도 김도 곁들여 들기름에 찍어 먹게 된다.
미니멀을 주장하지만, 뜻대로 안 된다. 매생이 옹심이국이었으면 한 보시기만 먹어도 될 일인데.
밥 한 술 먹고 눈 한번 내다보고, 옹심이 하나 건져 먹고 어머니 생각 한 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