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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n 17. 2022

방태산 휴양림 제2부

저녁 식사는 스테이크와 상추 쌈이다. 여기는 시내와 한참 떨어져 있어서 밥을 해 먹어야 해서 리더 언니가 준비해 왔다. 솜씨좋은 언니의 북어 찜과 멸치볶음과 도토리 묵이 곁들여졌다. 내가 갖고 간 밑반찬도 한 자밤씩 내놓았다. 

물색없고 소심한 필자는 인기없어 남으면, 자존심상하니까 병아리눈물만큼 내놓았다. 비트장아찌. 명이나물, 풋마늘 장아찌와 풋마늘 김치다.  다행으로 남지는 않았다. 워낙  한 젓가락 정도로만 담았으니까.

최고의 만찬을 즐기고 포만한  우리는 나란히 누워서 마스크 팩을 했다.  여자는 익어갈수록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했던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 아름다운 수다의 밤은 깊어간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식물이 특이하다. 꽃인지 잎인지 구별이 모호한데 모야모 앱에 들어가서 문의하려고 일단 찍었다. <쥐다래>라고 친절하게 답글을 보내주신 분에게 감사드린다.


돌아오는 길에 쑥도 한 줌씩 뜯어서 귀히 여긴다. 조식은 육개장에 갓지은 밥이 구미를 당긴다. 밥만 먹어도 구수하고 맛나겠다. 팔팔 끓인 육개장을 땀 흘리며 훌훌 퍼먹었다. 이렇게 즐겁게 먹는 게 보약이 아닐까 한다. 이런 간편식이 있으니 특히 여행중에는 편하다.


오늘 등산은 주억봉은 무리이고 매봉령으로 올랐다.

폭포의 웅장함에 반하고 하얀 포말에 취하여 등산이 의미가 없어진다. 리더는 정상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다.

그러나 어쩌랴! 입시판에서 수포자만 있는게 아니고, 등산판에서도 산포자(등산을 포기한 자)가 생긴다. 처음 두 분 탈락, 다음 조금 더 가다가 한 명 탈락, 또 조금 더가다가 한 명 탈락, 총 네 명의 탈락자는 내려오면서 노래도 부르고 계곡물에 손도 씻으며 즐긴다. 초록숲에 노출된 눈이 참시원하다. 비온뒤라 녹색이더욱 깨끗하고 맑다. 누가 물을 파란색으로 칠했던가. 이계곡의 물은 가히 흰색이다. 초록과 하양색의 대비가 무한 상쾌하다. 가슴속 더께가 다 씻어져서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가 울고 가겠다.


 일행 중 한분이 저 맑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싶다고 몇번이나 되뇌인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기온이  뚝 떨어졌으니 그 자그마한 소원이 무색하다.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는데, 올라오는 어떤 젊은 여자분이 "서울서 오셨어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느낌적인 느낌이 그랬어요." 한다. 느낌적인 느낌이라,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내려오다 아주 멋진 폭포를 만났다.



정오가 되니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 해가 쨍하고 나타났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소녀가된다. 내려와서 계곡옆에 돗자리를 펼친다. 폭포의 여울과 물소리를 에피타이저로 하여 오찬을 즐긴다. 아침에 여러가지 남은 반찬과 고기와 햄을 넣고 볶은밥을 만들어서 싸가지고 온거다. 삶은 계란과 사과 참외를 깎으며 디저트는 저 초록 숲이 내뿜는 산소다.  지나가는 등산객이 힐긋 돌아본다. 속으로 좀 부럽기도 하겠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면, 상대성 이론을 주장한 아인슈타인 탓이다. 그가 시장하거나 외롭거나 우리와 상반된 환경에 놓인 시점이니.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가.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을을 기약하며 방태산을 서서이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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