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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May 24. 2024

아산 외암(牙山 外巖) 마을 방문기

(사)퇴계학진흥회 전통문화유적 탐방)



아산 외암(牙山 外巖) 마을 방문기  


   

   마을 중요 민속자료 제236호다. 충남 아산 외암 민속마을은 약 500년 전부터 예안 이 씨가 세거 한 터다. 마을의 터가 좋아 한국의 살기 좋은 마을 10선에 선정되었다. 주택이란 어느 형태로든 산 아래에 짓는다. 주택에서 산형(山形)은 매우 중요하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대표적인 집단적 터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의 황하 유역 등 4대 문명 발생지다. 나일강,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인더스강, 갠지스강, 황하라는 물줄기들을 입지 조건으로 삼고 있다. 그중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지역은 아열대라는 더운 풍토다. 반면 황하 지역은 대륙성 기후로서 매서운 북서풍의 겨울을 견디어야 하는 입지 조건이 필요하다. 여기에 득수(得水)라는 공통 조건을 덧붙이게 된다.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줄인 풍수(風水)가 황하강 주변의 풍토를 배경으로 시작되었던 유래를 볼 수 있다.

     

   외암마을은 설화산 남서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설화산은 이른 가을부터 늦은 봄철까지 눈이 덮여 장관을 이룬다고 하여 설화산이라고 한다. 붓의 끝부분같이 봉우리가 솟아있어 문필봉이라고도 하며 그 기세로 문필가 등 많은 인물이 배출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한국에서 민속마을이라면, 경주 양동마을과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전남 순천 낙안읍성과 여기 충청도 아산 외암 마을이다. 

  

   

   마을에 도착하자 일찌감치 참판댁 이득선 어르신께서 마중 나와 계셨다. 일가 어른이라 더욱 친근감이 들고 반듯하게 예를 갖추고 설명하는 모습을 뵈니 역시 양반의 자태는 스스로 몸에서 뿜어 나온다. 

   예안이 씨는 충청도내에서 두 가문만이 지낸다는 불천위 제사(不遷位 祭祀)를 모시는 가문 중 한 가문이다. 불천위는 큰 공훈을 세워 영구히 사당에 모시는 것을 나라에서 허락한 사람의 신위를 이르는 말이다. 다른 한 가문은 이순신 후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순신 가문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불천위 제례는 대제(大祭)로 불리며 참제자의 범위가 무척 넓다. 직계손은 물론 방계손과 외손 그리고 불천위 인물과의 학연을 통해 인연을 맺어 온 다른 가문의 후손들까지 참여하는 큰제사다. 

  그동안 이 시대 마지막 '아기씨'라는 지칭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살았던 필자다. 비록 본관이 '전의'지만, 동성동본 예안 이 씨 가문이 불천위에 해당하는 조상이 있다니, 깐깐한 자부심으로 콧대가 피노키오처럼 늘어난다. 

  


  마을의 마지막 물길 끝자락에는 물레방아가 있어 방아가 설치되어 있다. 옛날 디딜방아처럼 만들어져서 온 동네 방아로 쓰였다고 한다. 유년에 디딜방아로 쌀을 빻아서 송편을 만들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새겨진다. 


   물레방아 옆으로는 송림이 조성되어 있다. 마을 입구에 장풍의 역할로 소나무 군락을 이루어 놓았다.



   마을 앞에는 큰 냇물이 흐르고 있다. 마을 정면에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산은 면잠산과 봉수산이라고 한다.


 


   마을 초입에 양쪽으로 조성된 돌담이 눈길을 끈다. 넓이도 족히 1m는 된다. 그 돌도 모두 밭과 터를 일구며 주워낸 그 땅의 돌이란다. 시멘트나 흙이 한 줌도 들지 않은 백 프로 돌로만 중심을 잡은 과학적 설비다.  


    

  예안 이 씨 조상 산소 앞에서 이 씨 가문의 효에 대한 내력과 장묘문화에 대한 설명을 경청한다. 집안의 하인 대신 아기동자상 둘을 세웠다. 약간 경사가 있어서 상석을  2단으로 세웠고 둘레석은 현대에 와서 득선 어른이 조성하셨다고 한다.

 둘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에 장승제를 지낸다고 한다. 장승들이 턱 버티고 마을을 지키고 있어서 든든하다.


   민속관에 들어가니, 타작하던 기계 옆에 뭐 하는 건지 모르는 농기구가 있다. 방화용 기구도 있고, 절구도 있고 소쿠리도 걸려 있고, 멍석을 말아 보관했다. 절구 옆에 옆으로 주둥이 난 것은 뭣에 쓰는 물건인지 알 길이 없다. 일행이 다 지나가 버렸으므로.



       

   전통혼례식 하던 초례석도 있고 새색시가 타던 가마도 있다.


 


  장독대와 김칫독 묻어두는 집도 두 채나 마련되어 있다.  


  

  부엌에는 부지깽이 넣는 기구가 있어서 재미있다.  석쇠가 너무 커서 대가족을 떠올린다. 내방과 규수방도 들여다본다. 마루에는 뒤주와 장이 놓여있다.


  건재고택은 개방이 되지 않아서  틈으로 빼꼼 들여다보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마당 안에 커다란 정원수가 많아서 놀랐다. 후손이 일본 유학을 다녀와서 정원 문화가 퓨전이 된 것 같다는 주위의 지론이다.  


   우리 일행은 참판댁으로 옮겼다. 제비집이 있어서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어미 제비가 새끼가 있는지 날아와서 집을 지킨다. 역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어른의 집이라 복을 물어다 주는 제비인 것 같다.

(퇴계학진흥회원 성기석 님 사진 차용)



  여기도 집안에 물길이 있다.


  대문에서 바로 집안을 볼 수 없게 내담이 있다. 집안이 더욱 깊이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너무 엉뚱하여 의아하다. 보기 드문 신기한 현상이라 얼른 앵글을 갖다 댄다.

대문은 외기((外氣)가 처음으로 집안에 들어오는 관문이다. 하여 좋은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나쁜 기를 차단하며, 집안에 모인 좋은 기의 유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내벽도 분명 풍수학상 깊은 뜻이 있으리라.



   마을을 돌아 나오니 그네가 턱 버티고 있다. 유년에 시골에서 단옷날만 나무에 매던 그네가 마을 입구에 있으니 아주 정겹다. 연분홍 치마를 봄바람에 휘날리며, 그넷줄을 벌려 멀리 굴려보고 싶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어야 하는 단체 이동이라 사치한 생각이겠지.


  선현들의 자취를 찾아서 옛날 반가의 모습을 되뇌는 아주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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