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시윤이의 선물)
명절 연휴가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산책 나선 길이다. 습관적으로 우편함을 돌아보니 포화상태다. 늘 여기저기서 책이 날아오므로 책이로구나 하고 꺼냈더니 꽤 부피가 느껴지는 소포다. 얼른 발신인을 보니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 손녀 시윤이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네 폭 접이식 카드와 핸드폰 담는 크로스 백이다.
아직 글씨를 못쓰니 글자위에 색칠만 하고 종이 접기만 하고 나머지는 선생님이 다 꾸며주셨으리라. 일일이 사진까지 찍어서 주소까지 조사한 작업이 보통일이 아닐 텐데, 그 노고가 고맙고 미안하다.
이런 기분은 정말 손녀가 없다면 못 느껴 볼 기쁨이다.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종이접기를 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기 그지없다. 산책길 발걸음이 붕붕 떠다닌다.
추석 전에 도착했다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이래서 언제 어디서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비대면 시대라 택배 물량이 워낙 많으니 우편물도 차고 넘친다.
연휴가 끼어서 소포가 열흘 정도 걸려 도착했다.
카드는 거실장에 세워두고 오며 가며 바라본다. 볼 때마다 힐링이 된다. 핸드폰 크로스백은 산책 나갈 때 메고 다니니 금상첨화다. 다음 가족모임 때 갖고 나가서 실컷 칭찬해 줘야지.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라니까.
유치원 교육시스템도 칭찬해 준다.
삼강오륜이 무색해지는 이즈음에 장유유서(長幼有序)와 효에 대한 앞서가는 교육이다.
아기가 좋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오늘은 종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