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초록이 멈칫하는 사이 구절초 향이 찻잔을 채운다. 차 한 잔 하고 집을 나섰다. 삽상한 바람에 가을 냄새가 깊다. 동네 공원에 들렀더니 낙엽을 밟으라고 쓸지 않고 쌓아 두었다.
낙엽을 밟는 재미에 시몬을 부르게 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낙엽 시를 떠올리면 인생에 대한 또 다른 상념이 생긴다.
낙엽
시몬, 나무 잎새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사 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참 복 받은 나라다. 사치한 여자들이 맘껏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는 사계절이 있으니 충만 그 자체다. 엘 에이 있는 친구는 , 내가 부츠 사는 것보고 엄청 부러워하지 않았던가.
카핏처럼 깔린 낙엽을 푹푹 밟으며 걸어도 즐겁기만 하다.
문득 방금 보고 나온 뉴스 생각이 난다.
검찰청 담에 화환이 도열해 있는 걸 두고 여당 김남국의원이 국감 자리에서 한 말이다.
" 그 길을 지나던 지인이 떨어진 잎 하나를 밟았다가 넘어질 뻔했다고 하더라."며 꼬투리를 잡는다.
공당의 질문자가 공적 자리에서 의견 개진할 때는 육하원칙에 맞게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당구 치듯이 스리쿠션으로 불특정다수 중 아무개를 슬쩍 밀어 넣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발언이다. 참 소인배 같은 딴죽걸기라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로 들어가는 뒷모습뒤로 문 대통령이 보이는 건 왜일까.
정치 후진국에 살고 있다는 자괴감에 씁쓸한 산책길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