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삶, 느슨함이 필요한 순간
우리는 종종 "타이트함"을 미덕처럼 여긴다. 촘촘하게 짜인 계획, 시간 단위로 쪼개진 일정, 빈틈없는 실행. 이런 것들이 성과를 내는 비결이라며 스스로를 압박한다.
마치 팽팽한 현처럼 긴장감을 유지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빡빡한 하루를 버텨내며 우리는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나치게 조여진 삶은 피로를 남긴다. 일정은 관리되지만, 마음은 놓을 곳이 없다.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즐거움은 흐려진다. 숨 쉴 틈 없이 달리다 보면 결국 에너지는 바닥나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떤 날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목적이 아닌 수단에 갇혀,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사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무작정 "느슨함"을 미화할 수도 없다. 흐트러짐과 게으름이 느슨함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지만,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타이트함과 느슨함 사이에서 우리는 흔들린다.
그러나 가끔은 일부러라도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놓친 것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서.
마치 팽팽한 줄을 조금 늦추면 오히려 탄력을 얻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적절한 여유를 가질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
느슨함 속에서 우리는 숨을 돌리고, 주변을 바라보고, 진짜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목적과 방향의 정함 없는 산책을 해도 되고, 빈둥거리는 오후를 보내도 된다.
그렇게 허락된 느슨함 속에서 우리는 더 깊고 단단한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정말 그렇다.
조금 느슨해져도 괜찮다.
그 여유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제대로 살아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