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마님!

by Anima

아니마(Anima)가 무슨 뜻이에요?


처음 내 길에 나오는 사람들이 곧잘 하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에 나오는 용어로 보통 심혼, 내적 인격을 뜻해요.

남성의 무의식 속에는 여성적 인격이, 여성의 무의식에는 남성적 인격이 자리 잡게 되지요.

한마디로 아니마는 남성 속의 여성을 뜻해요.

생물학적인, 낭만적이고 지적인, 영적 헌신, 순수한 지혜의 여성상 등,

남성이 생각하는 모든 여성상이 담겨 있어요.

그 반대 아니무스(Animus)는 여성 속의 남성성을 뜻하지요.

그러다 지쳐서 명함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좀 알고 있거나 미리 찾아보고 나온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마보다 아니무스가 더 맞는 거 아닌가요?

여성 속에 내재된 남성성이 아니무스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니마가 더 부르기 쉽고 예뻐서요.

한편 남성이 바라는 네 가지 여성상이라니 더 그럴듯하잖아요.


어쨌든 어렵네요.

그냥 ‘아, 님아!’라고 부르세요.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 이상하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아르미, 아르마, 아니미, 아마니, 아로마,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아니고 원......

익숙지 않은 명칭이라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가 보다.

처음 걷기 카페에 가입하고 자기소개를 할 때

‘아니마입니다.’하고 인사를 했는데

앞서 가던 두 사람이 킥킥대고

아는 체하며 아니마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아니마래. 여자니까 아니무스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야?

게이인가? 레즈인가? 하하하.

자랑은 아니지만 두 번 결혼해서 애를 셋이나 낳았는데 게이겠니? 레즈겠니?

초면에 항의하기 싫어 모른 척했다.

별명에도 자신이 염원하는 바나 자신의 특성이 부지불식 중에 드러나는 것 같다.

우아한 삶을 추구하는 그레이스,

엉덩이가 튀어나와서 오리궁둥이,

천사 같은 삶을 살고자 앙헬, 미카엘, 미카엘라 같은 세례명, 분홍색 좋아해서 핑크공주,

바람을 잘 피워서 바람공주,

장례식장에 모인 동호회 사람들 중에

저승사자님이 있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저마다의 특성과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는 이름은 적당한 길이에 부르기도 쉽고 듣기에도 거북하지 않은 이름이 좋다.

언행이 밉상인데 ‘멋진 내 친구’,

그 동물과 인상이 비슷해서

‘고릴라’라고 하면 부르기도 민망하다.

'지구별나그네'는 기니까 줄여서 '지별나'라고 하기도 하는데 듣기가 좀 그렇다.

자주 같이 걸어 친해지면 님 자를 빼고 부르기도 하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외자로 부르기도 한다.

내게도 님 자 빼고 아니마라고 불러도 좋다고 했다.

그러면 한 술 더 떠 ‘아니면 말고’라고도 한다.

누구는 ‘아니, 마님!’이라고 불러서

‘무슨 일이냐, 마당쇠야!’라고 해주었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