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는 나를 보는 사람들은 운동을 꽤 잘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고 잘하지도 못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여학생들이 15초에서 18초가량 걸리는 100m 달리기를 아마 22초에 주파했을 것이다. 용을 쓰고 달리면 20초를 간신히 기록했을까?
대학교 때는 교양체육으로 테니스를 했고 직장에 다닐 때는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산책하는 수준이었다. 체력단련실에서 기구를 이용하기도 했다.
운전면허 시험에 4전 5기로 합격해서 차를 타고 직장에 다녔는데 운동도 잘 안 하는 몸이 더욱 둔해지며 살이 붙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껴 직장 근처에 수영장이 있기에 등록해서 다녔다. 아침에 준비를 다 하고 가서 수영을 한 다음에 사우나 후에 꽃단장하고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눈이 오는 날에 운전은 위험하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수영을 빼놓지 않았다. 심지어 몸살기가 있어도 수영을 쉬지 않았는데 어느 날 변고가 생겼다.
몸이 찌뿌둥 하긴 했지만 평소대로 1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사우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일어나는 순간 쓰러져 버린 것이다. 혼미한 정신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 운동하던 여자들이 나를 눕히고 내 몸에 수건을 덮어주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었다. 누구는 이마에 찬 물수건을 얹어 주었다.
다행히 욕조 가장자리에서 쓰러져 대리석바닥에 넘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여 그 자세로 조금 있다가 몸을 추스르고 연신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나왔다.
몸살기가 있는 데다가 수영으로 노곤했던 몸이 녹작지근한 물에 긴장이 풀려서 일어난 일종의 기립성저혈압이었다고 나름 돌팔이성 진단을 내려 보았다.
얼마 전에도 생애 두 번째 쓰러진 일이 생겼다.
그날도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는 날이었다. 그까짓 거 하면서 전철을 탔는데 실내가 후끈해서 외투를 벗으려는 찰나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견딜 수 없이 토하고 싶은 것이다. 마침 문이 열려 나가려는 순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혼미한 정신에 걸을 수가 없어 주변 사람들이 밀고 당기고 해서 승강장 바닥에 앉혔다. 전철은 떠나버리고 누군가 전철 안에서 긴급전화로 연락을 해서 나타난 역무원과 옆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혀 주었다.
119에 연락하려는 역무원에게 괜찮을 것 같다고 조금 쉬었다 가겠다고 말했다. 도와준 아주머니는 내린 곳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내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전철을 탈 때까지 옆에 있어 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같이 걸으려고 약속한 길벗들에게 전철이 지연돼서 늦는다고 연락을 했다. 전철이 지연된 게 아니라 내가 무리를 해서 지연된 것이다. 길벗들을 만나서 그제야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저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무리하지 말라고 해준다.
길잡이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같이 걸으려고 한 것이 이제 매일 빼놓지 않는 일과가 되었다. 길벗들은 내 몸뿐 아니라 집안일, 친구관계까지 걱정해 준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수적인 것이 주가 되고 주가 되는 것이 부수적인 것이 되었다.
매일 걸으면 소는 누가 키우느냐고 하는데 아무리 내 생활이 길벗들에게 투명하게 보일지라도 말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제는 쓰러질 때까지 걸을 생각은 없다. 오래 길게 건강하게 하루하루 즐기며 걸을 뿐이다. 골골백세 아닌 짱짱백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