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잠들게 하는 사람

by Anima

섹스, 섹스리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화인인양 말하는 섹스, 예전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는데

이제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가 잠을 잔다. 갑자기 장난감처럼 다루고 싶다.

그의 몸을 건드렸다. 잠깐 움찔하다가 그대로 몸을 맡겨 버린다.

나무토막은 아니라 다행이다. 숨소리라도 들리니까.

내 머리카락만큼은 잡아당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경이 곤두서니까.

그의 몸 일부분이 팥알만큼 헐었다.


어느 여자가 이렇게 했어? 아파?


아니, 괜찮아.


그나 나나 시나리오 대사를 연습하는 것 같다.

욕심 많은 여자, 좀 살살할 것이지. 이 남자보다 어떤 여자 탓을 하게 된다.

다리가 아프다. 좀 있으면 코를 골며 자겠지.

건너와서 거울을 본다.

아직 이만하면 매력적이지 않은가?


스스로 도취되어 있는데 피아니스트 수에게 전화가 왔다.

난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나는 괜찮은데 수는 내가 불쌍한가 보다.

전화하면서 한참 침묵한 것이 무척 마음 아픈가 보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매일 새벽에 들어와 잠도 못 자고 곡을 쓰는 자기가 더 불쌍하면서 오지랖도 넓다.


내가 새벽에 들어와 자주 연락 못해도 내 마음 잘 알지요?


아직도 말을 놓지 않는다.

정중한 말에 실린 살가운 표현들, 어울리지 않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 마음 안다. 어쩔 수 없다.

가끔 기대를 걸어 보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다.

그가 나에게 편히 오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을......

며칠 전 수가 악보 뒤에다 적은 손편지와 함께 연주 C.D를 보냈다.


이번에 앨범을 하나 냈습니다.

첫 곡은 대중가요를 스윙 템포로 편곡을 해서 중간중간에 부리지를 넣어서 만들어 봤습니다.

두 번째는 재즈 왈츠로 변형을 주려 했지만 이 곡 역시 멜로디 자체가 워낙 단순해서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세 번째 곡은 라틴 보사노바 리듬으로 편곡을 해서 플루트를 사용했는데 메인 키를 너무 높게 잡아서

플루트 소리는 가늘고 높고 리듬은 저음이라서 밸런스가 맞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플루트 연주는 저와 오래 연주한 선배가 맡았습니다.

네 번째 곡은 클래시컬하게 만들어서 중간에 녹턴 스타일로 멜로디를 새로 집어넣어 했는데

저의 핑거링에 문제가 많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시작해서, 채팅을 시작해서 제일 처음 만난 주리 씨에게 이 C.D를 드립니다.

그리 좋은 선물은 아니지만 기념이 될 것 같아서 받아 주시기를......


건넌방에서는 장이 코를 골며 자고 있고

나는 수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Shape of My Heart

수가 머리맡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나를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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