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2)

28화

by 빈자루

*

Don't be evil.


세상은 어차피 팝콘이나 농담 같은 거다.


팝콘 통에 팝콘이 비었으면, 그걸 뭐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다.




*

"그래서, 결국 귀는 배우가 된 거야?"


쥐가 편의점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쨌든 영화관에서 볼 수 있으니까."


세르게이가 말했다.


"왜 우리한테 미리 말하지 않은 거야?"


쥐가 나의 눈치를 보며 세르게이에게 물었다.


세르게이가 만두 봉지에서 찐만두를 하나 꺼내 삼키며 말했다.


"귀가 말하지 말랬어요. 기린이 알게 되는 게 싫다고."


세르게이가 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입에 빨대를 문 채, 닥터페퍼를 빨았다.


추룩.


빈 컵에서 빈 팝콘 통 같은 소리가 났다.


쥐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구."


그 말에 나는 대꾸할 수 없었다.


쥐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영화 따위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세르게이와 헤어진 저녁, 바에서는 김오키의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쥐가 바에 놓인 잔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뭔가 허전하지 않아?"


나는 탁자 위에 접힌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며 잠시 침묵했다.


쥐가 스트레이트로 스카치 위스키를 한 잔 넘겼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대답했다.


"빈 팝콘 통과 빈 콜라 캔만 뒤지는 심정이야."


쥐가 웃더니, 잔을 다시 들었다.


"연락을 한 번 해보지 그래?"


나는 잔 속의 얼음을 굴리며 고개를 저었다.


"따로 연락을 할 만큼 사이가 각별했던 것도 아니야."


쥐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래? 난 그 이상인 줄 알았는데?"


나는 말없이 입에 잔을 가져갔다.


테너 색소폰의 뿌연 음율이 바 안을 천천히 떠돌았다.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가 허공으로 날아가 구름에 묻히는 것처럼.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밤새 술을 마셨다.




*

빨간 단발머리. 몸에 붙는 타이즈.


비틀거리면서도 귀가 생각났다.


네온이 흔들렸다.


걸음이 흔들렸다.


전광판에서 귀의 모습이 빛났다.


그녀가 당당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나는 그녀가 가엽게 느껴졌다.


문득.


내가 귀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생각했다.



https://youtu.be/tyXG7UH5U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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