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영숙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형과 누나들에게 묻자 누군가가 아침에 운동장 근처에서 영숙이를 봤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왜 영숙이를 데려오지 않았느냐고 대답한 사람에게 탓을 한 후 수업을 중단하고 모두 밖에 나가 영숙이를 찾아 오라고 지시하셨다. 형들은 수업 시간에 밖으로 나간다고 신나 했다.
두 시간 넘게 영숙이 찾기가 계속되자 누나 몇이 손이 어는 것 같다며 교실로 먼저 들어갔다. 운동장 끝과 창고 뒤, 화장실, 수돗가를 모두 헤매도 영숙이는 보이지 않았다. 도망간 게 분명하다고 형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갔을까. 여기는 어느 쪽으로 가나 모두 언 밭뿐인데. 나는 언덕 위의 버스 정류장을 봤다. 가느다란 표지판이 혼자 서 있었다.
그때 멀리서 영숙이를 찾았다는 소리가 들렸다. 형 하나가 운동장 정문으로 영숙이의 팔을 잡아 끌고 오고 있었다. 형 말에 따르면 영숙이는 학교 뒤쪽 배추밭의 바위 뒤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형은 영숙이가 드레스 치맛자락에 무릎을 넣고 손에 입김을 불고 있는 걸 자기가 잡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끌려오는 영숙이의 검은 손등이 터 있었다. 모두 영숙이를 쳐다보는 데 그 애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오빠의 손에 끌려왔다. 영숙이는 얼굴도 씻지 않고 학교도 빼먹었는데 선생님은 영숙이에게 벌을 주지 않으셨다. 모두가 추운 겨울에 바깥에서 몇 시간 동안 헤맨 것은 영숙이의 탓이라고 영숙이를 비난했다. 영숙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날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하자 엄마가 내일 영숙이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날뛰었다.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엄마가 나를 꼬드겼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가 구두칼로 바닥을 쳤지만 나는 울면서 영숙이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다음 날 하교 시간에 동생과 엄마가 손을 잡고 학교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엄마랑 영숙이와 멀리 떨어져 걸었다. 동생이 엄마의 손을 잡고 영숙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영숙이는 말없이 엄마의 옆을 걸었다.
영숙이가 목욕하는 동안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는 영숙이가 우리 집에 와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형들이 알고 놀릴까봐 화가 났다. 나는 엄마와 영숙이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OO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