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별로 즐겁지 않았다. 선생님은 영숙이가 한글 쓰기를 다 할 때까지 나보고 썼던 걸 다시 쓰거나 기다리고 있으라고만 지시하셨다. 나는 매일 영숙이를 기다리느라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너는 왜 아무것도 몰라?”
어느 날 내가 영숙이에게 물었다. 영숙이는 옆자리에서 찌그러진 필통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손으로 깎은 연필 대가리는 모두 심이 빠져 있거나 부러져 있었다. 영숙이가 하얀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쏘아보았다.
“뭘? 내가 뭘 몰라?”
영숙이가 빠르게 말했다.
“맨날 못해서 맞잖아. 책도 없는 게.”
“아 몰라몰라. 말 시키지 마.”
“너 바보야?”
영숙이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왜 바보야? 니가 바보지.”
“내가 바보라고? 이 똥개.”
형과 누나들이 끼어들었다.
“너네 왜 싸워. 싸우지 마.”
“얘 글씨도 못 읽는단 말이에요.”
내가 고자질하듯 일렀다.
누나가 영숙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진짜 글씨 못 읽어?”
영숙이가 나를 흘겨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도 더러워.”
내가 연달아 말했다.
누나가 가만히 영숙이를 보다가 나에게 말했다.
“얘 원래 그래. 그러니까 싸우지 마.”
영숙이는 그 날도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 앞으로 나가 종아리를 맞았고 나는 팔로 책을 가렸다. 영숙이의 종아리에 붉은 줄이 새겨졌다. 자리로 돌아온 영숙이는 고개를 가슴에 묻고 잠시 들썩거렸다. 울지도 않으면서 우는 척을 하더니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몸을 일으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영숙이가 엉뚱한 책을 펴고 낙서를 하며 딴청을 피웠다. 나는 영숙이가 책을 보지 못하게 영숙이 쪽의 어깨를 내 쪽으로 더욱 기울였다.
<체벌은 나쁩니다. 체벌은 하지 맙시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