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동생과 개울가로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맑은 계곡물엔 갈색과 짙은 녹색 자갈들이 잘게 깔려있었다. 나무 그늘 바깥으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녔다. 맨발을 물에 담그고 바위를 들썩거렸지만 개구리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흙탕물이 올라왔다 가라앉았다.
동생이 손을 내밀어 붉은 가재의 등을 보여주었다. 동생의 손바닥 위에서 붉은 가재가 꼬물거렸다. 나는 징그러워 만지지도 못하는데 동생은 용케 가재를 물에서 잘도 낚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동생이 가재를 바위틈에 내려주었다.
가을에는 운동장과 길가에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있었다. 막대기를 휘둘러 코스모스 대가리를 따다 보면 꽃에 앉아 있던 잠자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휙휙. 막대기를 휘두르다가 막대 끝에 잠자리가 맞고 떨어졌다. 잠자리의 몸통이 대가리에서 떨어져 날개를 파닥거리며 돌았다. 나는 놀라 막대를 얼른 버렸다. 그 후론 잠자리가 있는 곳에선 막대를 휘두르지 않았다.
낮 시간엔 동생이 학교로 놀러 오기도 했다. 창문 밖으로 비눗방울이 올라가는 걸 보고 누나들이 환호를 질렀다. 동생이 비눗방울을 불며 화단 아래를 지나갔다. 나는 선생님이 동생을 불러 혼을 내실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으셨다. 쉬는 시간에 누나들이 동생을 교실로 불러 야단을 피웠다.
“얘 하얀 것 좀 봐. 되게 귀여워.”
“형아.”
동생이 누나들을 뿌리치고 내 곁으로 왔다. 나는 동생이 좋았다.
가끔 엄마와 아빠는 깊은 밤에 나와 동생을 두고 교회에 가시거나 이웃집으로 팥죽을 얻어먹으러 가셨다. 산속의 밤은 무척이나 깜깜했는데, 그러면 나는 이때다 싶어 동생을 방에 혼자 가두고 불을 끈 다음 잘못한 것을 말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말라며 겁을 줬다. 그리곤 혼자 거실로 나와 무섬증을 달래기 위해 불을 환하게 켜 놓고 동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동생이 딱히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동생이 울며 나에게 빌 길 바랬다. 그러면 내가 동생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생을 가둬 놓은 방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생을 기다리다가 창밖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 내가 먼저 방문을 열고 동생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동생은 웅크린 채 어둠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동생의 옆에 누웠다. 귀신이 나올까 더는 무섭지 않았다.
까만 하늘에 박힌 별들을 보며 동생에게 책에서 주워들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이야기의 끝에 영웅들은 모두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고 나는 손끝으로 하늘 어디쯤인가를 이으며 그래서 저게 사냥꾼 자리, 쌍둥이 자리라며 말을 지어냈다. 그러면 동생은 정말 그게 사냥꾼 모양이고 쌍둥이 모양이라는 듯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 보았다.
어떤 날은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하얗게 바뀌어 있었다. 본 적 없는 하얀 눈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얗게 바꾸어 놓았다.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눈이었다. 그런 눈들이 읍내 가는 버스정류장 오르막, 밭과 산과 운동장, 지붕과 처마와 하늘에 온통 쌓여 있었다. 동생과 나는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가 종일 눈 속을 헤집고 다녔다. 허리높이까지 쌓인 눈을 파내며 기지를 만들고 통로를 만들고 은신처를 만들었다. 하얀 눈은 더러워지지 않았다. 나는 눈을 던져 솔나무 위에 쌓인 눈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동생이 그 아래 서 있다가 눈을 맞고 울었다. 나는 동생에게 처마에서 가장 긴 고드름을 따서 주었다. 동생은 장갑이 젖을 때까지 고드름을 놓지 않았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ㅎㅎ 금요일 ㅎㅎㅎㅎㅎ 나이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