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손가락

by 빈자루

“너 하나 해.”

연필이 없다기에 내민 필통에서 영숙이가 하필이면 제일 길고 날카로운 것을 골라 갔다. 글씨도 못 쓰는 게.

이번에는 지우개를 빌려줬더니 끝 부분을 조그맣게 잘라 연필 깎는 칼로 지우개를 토막 내었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박영숙 일어서.”

영숙이가 머리를 긁으며 일어섰다.

“크게 소리 내서 읽어 봐.”

선생님께서 칠판에 ‘내 이름은 박영숙입니다.’ 라고 적고 지휘봉으로 아래를 세게 쳤다. 나는 속으로 ‘내 이름은 박영숙입니다’, 를 빠르게 세 번 읽었다.

“나…는…”

“소리 나게.”

영숙이가 까슬한 손으로 눈을 한참 비볐다.

“나는. 박영숙…”

“이게 뭐야?”

선생님이 ‘내’라고 적힌 글자를 가리켰다.

“나…요.”

“이거는?”

그 뒷글자를 가리켰다.

“는…”

“이거 몇 글자야?”

영숙이가 대답하지 않았다.

“이거 몇 글자냐고.”

선생님이 지휘봉으로 칠판에 적힌 글자 아래를 두들겼다. 지우개가 떨어지며 가꾸로 뒤집혔다.

“...네 개요...”

영숙이가 까만 손가락을 구부리며 말했다.

“나는. 은?”

영숙이가 대답하지 않았다.

“너 손가락 펴 봐.”

선생님이 지휘봉으로 영숙이의 손등을 쿡쿡 찔렀다. 손등에 때가 하얬다.

“숫자 세.”

더듬더듬 영숙이가 손가락을 짚었다. 느릿느릿 천천히 손가락 두 개를 구부렸다가 두 개요, 라고 답했다.

“이건 몇 개야?”

네 개라고 영숙이가 대답했다.

“앞으로 나와.”

선생님이 기름 바른 머리카락을 가루가 묻은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며 말씀하셨다. 하얀 가루가 선생님의 머리에 묻었다.

“아.”

손등을 대라고 했다. 영숙이가 한 대 맞더니 손을 감싸고 허리를 숙였다.

“이리 대.”

“아. 아. 아. 아.”

영숙이가 손가락을 흔들며 폴짝폴짝 뛰었다. 깡충거리는 영숙이를 보며 나는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런 바보 같으니. 나 같으면 창피해서 학교도 못 온다.

영숙이가 자리로 돌아와 책상에 고개를 파묻고 잠시 들썩거리더니 금방 또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 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맞은 게 쪽팔리지도 않나. 그리곤 쉬는 시간이 되자 영숙이가 가방 속에서 쓸데없는 책들을 전부 꺼내 책상에 늘어 놓고는 다음 시간은 뭐냐고 나에게 물었다.

“어머. 큰일 났네.”

여기에 다음 시간 책이 없다고 내가 대답하자 영숙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영숙이가 싫었다.










https://youtu.be/pWUYyvaLkOw



<졸료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용. 오늘도 회사가야징. 아 졸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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