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간에는 이름 쓰기를 했다. 선생님이 나와 영숙이에게 공책에 이름을 쓰라고 지시하셨다. 몇 번을 써야 하나요? 백 번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형과 누나들을 가르치시는 동안 나는 팔이 빠져라 깍두기 공책 안에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어서 와서 내 노트를 봐주시길 기다렸다.
마침내 선생님이 1학년들의 곁으로 다가오셨다. 선생님은 내 공책에 적힌 이름을 슥 보시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영숙이 앞으로 가 소리를 질렀다.
“니 이름을 쓰라고. 니 이름을.”
선생님이 지휘봉으로 영숙이의 공책을 내리치셨다. 나는 깜짝 놀라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영숙이의 노트는 하얗게 비어 있었다. 선생님이 영숙이에게 이름을 쓰라고 계속 소리를 지르셨다. 하지만 영숙이는 연필을 잡고 손을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왜 안쓰는 거지? 선생님이 계속해서 소리를 치셨다.
-ㅈ l ㄹ
뭐야 이게. 이름을 쎠야지. 나는 영숙이가 왜 이름을 쓰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았나.
선생님이 칠판에 영숙이의 이름을 크게 쓰시더니 지휘봉으로 그 밑을 치며 영숙이에게 읽으라고 지시하셨다.
“...지...”
“이 글자가 뭐야?”
선생님이 다시 칠판을 치셨다. 지우개가 다시 떨어져 굴렀다.
“...바... 숙...”
“크게.”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
아니 대체 왜 읽지를 않는 건데. 이름 얘기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나는 답답하고 선생님이 소리지르는 게 무서워서 영숙이가 미워졌다.
영숙이가 몸을 비틀며 작게 말했다.
“바... 경... 숙...”
영숙이가 몸을 꼬며 입술을 작게 오물거렸다. 나는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영숙이가 미웠다.
“그렇게 똑바로 백번 읽고 앉아.”
영숙이가 대답하지 않자 옆 줄의 형이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영숙이 백까지 못 세요.”
내일까지 영숙이한테 백까지 가르쳐 오라고 선생님이 형에게 지시하셨다. 그리곤 영숙이에게 선생님이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서서 이름을 읽으라고 시키셨다.
“선생님. 저는요?”
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이 내 얼굴을 뚱하게 쳐다보더니 너는 계속 쓰고 있으라고 지시하셨다. 벌써 백번을 다 썼는데.
나는 공책에 연필을 빡빡 눌러가며 다시 이름을 썼다. 이게 다 영숙이 때문이었다. 옆자리에선 영숙이가 계속 박영숙을 읽고 있었다. 선생님이 형과 누나들 사이를 돌며 지휘봉으로 종이를 두들겼다. 그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라 자세를 고쳐 앉아야 했다.
영숙이는 매번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 커다란 가방에 무언가를 잔뜩 넣어 왔는데 정작 그날 필요한 책은 가방 안에 없었다. 나는 번번이 영숙이와 책을 나누어 봐야 했다.
영숙이는 맨날 분홍색 드레스를 입었다. 목 뒤가 까맣고 까슬한 치마에선 냄새가 났다. 나는 내 팔이 영숙이 에게 닿는 것이 싫어 질겁을 했다. 나는 영숙이가 싫었다.
그런데도 형과 누나들은 영숙이와 더 친한 것 같았다. 학교에선 우리 집만 다른 집들과 떨어져 있었다. 영숙이와 형, 누나들은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을 가로질러 논두렁과 밭두렁을 걸어 집으로 갔다. 나는 혼자 건물 뒤편의 문을 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는 동생과 엄마뿐이었다. 나는 친구가 없어졌다.
한 주가 또 시작되네요. 이번주도 잘 살아봅시다. 아. 회사 가기 실타. 싫으면 짜장면. 짜장면은 맛있어. 맛있으면 살쪄. 살찌면 뚱뚱해. 뚱뚱하면 사과. 역시 사과는 맛있네요. 하. 가기 싫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