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가던 해 겨울 우리 가족은 시골로 이사를 했다. 엄마는 아빠가 부대를 옮긴 것이라고 했다. 트럭을 타고 한참 달려간 곳엔 빈 운동장과 1층짜리 하얀 학교가 전부였다. 학교가 위치한 둔덕 아래엔 빨간색 지붕 하나가, 그 뒤의 넓은 밭엔 누런 배추가 듬성듬성 땅에 박혀 있었다. 검정 비닐이 찢겨져 바람에 펄럭거렸다. 그 외엔 전부 산 뿐이었다. 동생은 왜 자길 이런 곳으로 데리고 왔냐며 엄마에게 화를 내며 울었다. 나는 우는 동생을 보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했다.
그날 밤 나는 간첩에게 쫓기며 가방을 메고 배추밭을 뛰어다니는 꿈을 꿨다. 배추밭은 넓었지만 숨을 곳이 없었다. 부엌으로 도망을 쳤다가 앞집에 살던 누나를 만났다. 우리는 반가워하며 손을 잡고 함께 도망을 다녔다.
“예습이 뭐에요?”
입학식 전날 아버지가 나를 불러 앉혔다. 이제부턴 학생이 되었으니 학교에 가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예습은 다음 날 배울 것을 미리 공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뭘 배울지 어떻게 안담. 나는 학생이 된다는 부담감을 느끼며 책상에 앉았다. 유치원에서 배운 이름 쓰기를 하다가 손가락에 힘이 빠졌다. 걱정 없이 이불 속에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는 동생을 보니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동생이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동생의 몸을 안았다. 동생의 몸이 따뜻했다.
<업데이트가 많이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성실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