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것이 인간의 형태를 갖춰갈 무렵 친척 어른 중의 하나가 내게 물었다.
엄마요. 아니 아빠요. 아니 엄마요.
콧잔등의 미열을 숨기고 내가 간신히 답을 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다시 묻는 말에 녀석은 아주 쉽게. 척척 잘도 거짓말을 내놓았다.
엄마 좋아. 아빠 좋아.
새하얗고 부드러웠다. 깃털 같은 거짓말에 어른들은 깔깔거렸다. 녀석의 발간 낯을 보고 있자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찢어진 눈꼬리에 말린 고추 같은 얼굴이 거울에 어른거렸다. 나는 화장실을 나가기 싫었다.
놈은 틈만 나면 달려왔다. 달려와선 내가 레고로 간신히 쌓은 기사의 성을 무너뜨리고 퍼즐 판을 뒤엎었다. 그리곤 허물어진 블록 하나를 다른 하나 위에 얹곤 좋다고 손뼉을 쳤다. 나는 녀석의 뒤통수에 주먹을 갖다 꽂았다. 엄마는 내가 만든 기사의 성보다 동생이 만든 2단 블록이 더 멋지다고 하셨다. 나는 동생이 미웠다.
밖에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해가 뜨면 집을 나갔다가 해가 져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주로 앞집에 사는 누나와 소꿉놀이를 했다. 보통 누나가 엄마 역할을 했고 내가 아기 역할을 맡았다. 누나의 여동생이 아빠나 옆집 아줌마를 했는데 그 애는 나보다 한 살이 적었다. 놀이는 대게 누나와 누나의 동생이 싸우면서 끝이 났다. 서로 엄마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다툼의 이유였다. 누나와 누나의 동생이 돌아간 후에도 나는 한참 놀이터를 돌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면 동생이 다시 나를 따라붙었다. 나는 동생을 피해 장롱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나를 불러 동생도 가장 사랑하고 나도 가장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동생도 가장 사랑하고 나도 가장 사랑한다고? 대신 엄마의 눈치를 보며 동생을 안아주었다. 동생을 예뻐해 준다고 엄마가 좋아하셨다. 나는 동생이 무거웠다.
<어릴 때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이 왜 그렇게나 난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저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잘합니다. 돈 주는 사람이요. 저는 돈 주는 사람 말만 듣습니다. 자본주의 쵝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