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기 전, 세계는 완벽에 가까운 공이었다. 나는 그 속에 몸을 말아 넣은 채 깜빡. 세계를 끄고 켜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럴 수 있었다. 내가 그것을 원하기만 한다면. 내가 곧 세계이므로. 세계는 온전히 나를 위해서만 존재했다.
세상으로 나온 건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나는 붉은 공 속에 누워 영원히 세계를 매만지고 있을 줄 알았다. 불현듯 물이 쓸려나갔다. 내가 태어났다. 세계의 완벽함은 깨져버렸다.
포대에 쌓여 나는 세계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이 방. 이 이불. 이 담요. 세계는 넓어져 있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완벽한 공이 떠오를 때면 울음을 터뜨렸고 그때마다 엄마의 세계가 나의 세계를 끌어당겼다. 세계는 다시 완벽에 가까워졌다.
“사랑하니까 낳았어.”
엄마는 내게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사랑한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안다는 거다.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의 세계는 나의 세계를 알지 못했다. 따라서 엄마의 세계는 나의 세계를 사랑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면 적어도 그 둘이 만나고 난 이후부터이다. 엄마는 내게 거짓말을 했다.
“아기는 언제 나오나요?”
엄마의 배가 부풀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안에 아주 천천히 자라는 풍선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속에 이 세계의 빈 곳을 채워줄 장난감이나, 아이스크림. 뭐, 그런 것들이 들어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빗나갔다. 동생이 태어났다. 그리고 완벽에 가깝던 세계는 깨져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새로 난입한 세계를 열렬히 반대하거나 미워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평화와 공존을 사랑했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그것은 공생이나 조화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단지 나의 포대와 담요를 빼앗아 갈 뿐이었다. 새로 나타난 그것은 그것들이 원래 자기의 것이었던 냥 내 것들을 빼앗았다. 그것은 자고, 또 자고, 그리고 또 잤다. 살며시 만질라치면 대포 소리를 내며 울었다. 엄마는 녀석을 안았다. 나는 엄마를 잃었다.
좋은 밤 되세요. 굳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