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면 동생과 놀았다. 영숙이나 형, 누나들을 찾아 긴 두렁을 따라가는 건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동생이랑 빈 운동장을 기웃대며 기린이나 사자 같은 청동 동상의 목을 잡고 늘어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운동장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가끔 아빠가 읍내에 나가 비디오를 빌려 오셨다. 그럼 동생과 넋이 나가 그걸 계속 돌려봤다. 포켓몬이나 강시 놀이를 친구들과 하고 싶었지만 그런대로 동생과 둘이서도 할만했다.
“형. 이것 봐.”
어느 날 동생이 집 뒤에서 나를 불렀다.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분홍 새가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있었다. 처마 밑에서 새끼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떨어진 분홍 새는 눈도 뜨지 못하고 털이 몸을 하나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퉁퉁 부은 눈이 살짝 열려있는 것 같기도 했다.
“죽었나 봐.”
동생이 막대로 새를 건드렸다. 대가리가 몸통만 한 그것이 몸을 비틀며 턱을 살짝 올렸다. 뱃가죽이 심하게 들쑥날쑥했다.
“엄마 불러올게.”
엄마를 데려오는 길에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 새에게 뿌려주었다. 엄마가 새를 조심스럽게 쥐어 둥지 속으로 밀어주셨다. 좁은 둥지 속이 더욱 요란해졌다.
“어미 새가 좋아할 거야.”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나는 주위를 둘러 엄마 새를 찾았다. 하지만 엄마 새는 보이지 않았다.
“아기 새를 찾으러 가셨나 보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둥지 속의 소란스러움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나는 동생과 함께 어미 새를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따금 문을 열고 나가 둥지를 살폈지만 어미 새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지붕 아래에 분홍 새가 다시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더는 몸을 떨고 있지 않았다. 나는 막대기로 땅을 파내 새를 구덩이에 밀어주었다. 엄마는 사람의 냄새가 나서 어미 새가 새끼 새를 떨어뜨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손으로 코를 가리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비누로 손을 씻었다. 손에서 비누냄새가 났다. 나는 분홍새를 잊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