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나보다 영숙이가 좋아?”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영숙이 얘기를 하자 엄마가 영숙이를 괴롭히지 말라며 나를 혼냈다. 나는 그 애를 괴롭히지 않았으며 그 애는 잘 해줄 필요가 없다고 엄마에게 화를 냈지만 엄마는 끝까지 고집을 부리셨다.
“누가 너를 영숙이처럼 무시하면 좋겠어?”
엄마의 말을 듣자 분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가 연필로 책상을 내려찍었다. 뾰족한 연필 끝이 부러지며 책상이 파였다. 엄마가 책상에 난 구멍을 보고 정말로 화를 내셨다.
“너 엄마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지.”
엄마가 구둣주걱을 가져오라고 시키셨다. 엄마가 손바닥을 세게 내리치셨다.
“형아 왜 그래.”
동생이 문지방에 서서 나와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
“저리 가.”
내가 동생에게 소리를 지르자 엄마가 구둣주걱을 들어 바닥을 쳤다. 나는 깜짝 놀라 가슴이 위로 튀었다.
“엄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가 울면서 방을 나갔다. 엄마가 쫓아와 팔을 붙들었지만 뿌리치며 빠져나왔다.
“엄만 동생이랑 살아.”
쓰레빠를 끌고 현관문을 나섰다. 날이 추웠다. 어두워서 갈 곳도 없었다. 집 뒤로 가 무릎을 안고 처마 아래 쭈그리고 앉았다. 새들이 버리고 간 둥지가 머리 위에 걸려있었다. 잠시 후 동생이 밖으로 나와 옆에 앉았다. 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음이 그치고 둥지를 가만히 올려 보다가 동생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다음 날은 얼굴 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교실 뒤에서 누나들이 거울을 보고 있었다. 형들 몇은 밖에 나가 찬물로 세수를 하고 왔다. 나는 엄마가 내준 새 옷을 입고 있었다.
선생님이 책상 앞을 지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천천히 쳐다보셨다. 형들과 누나들한테 손가락을 내밀어 보라고 지시하셨다.
“너 손톱 깎고 와.”
선생님이 형의 손가락을 지휘봉으로 치며 말했다. 주위에서 웃음 참는 소리가 터졌다.
“너 이, 해 봐.”
선생님이 나를 지나쳐 영숙이의 앞에 서더니 말했다. 영숙이가 책상에 앉아 입을 벌렸다.
“넌 앞으로 나와.”
선생님이 가볍게 지휘봉으로 영숙이의 책상을 치며 말했다. 영숙이가 교탁 앞으로 가 섰다. 선생님이 영숙이의 드레스와 머리통을 지휘봉으로 휘적거리며 말했다.
“넌 지금 집에 가서 씻고 와.”
양옆에서 형과 누나들이 웃었다. 나도 선생님이 영숙이를 세게 혼내주길 바라며 그걸 지켜보았다.
“너 머리 감은지 얼마나 됐어?”
영숙이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 머리카락이 영숙이 얼굴 아래로 흘렀다.
“머리 감은지 얼마나 됐냐니깐.”
선생님이 영숙이의 가슴을 찌르며 물었다. 영숙이가 뒤로 밀려났다.
“너 뒤로 돌아봐.”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드레스의 목 뒤를 들췄다. 목 뒤가 새카맸다.
“얼른 집에 가.”
선생님께서 소리를 지르셨지만 영숙이는 꼼작도 하지 않았다. 지휘봉으로 영숙이의 옆 통수를 세게 치셨다. 영숙이가 손으로 귀 위를 감쌌다. 하지만 영숙이는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너 왜 안 가. 얼른 가.”
선생님이 지휘봉 끝으로 계속 영숙이를 찌르셨다. 영숙이는 울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집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교실 뒤에서 키득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선생님. 영숙이 집에 아빠 있어요.”
누가 손을 들고 말했다.
“영숙이 지금 집에 가면 아빠한테 맞아요.”
누가 한 마디를 더 보탰다.
흔들려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시며 선생님이 영숙이에게 말했다.
“내일까지 깨끗하게 씻고 와.”
영숙이는 자리로 돌아왔다. 선생님이 다른 형들과 누나들을 검사하는 동안 영숙이는 책상에 엎드려 일어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교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영숙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영숙이의 팔꿈치에는 때가 하얗게 끼어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도 영숙이를 깨우지 않으셨다.
<오늘부터 휴가인데,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네요. 저녁에는 돌아와야 하고. 두물머리 가서 막국수를 먹고 올까, 중앙박물관을 갈까, 뭐를 하며 놀면 좋을까요? 여러분. 추천 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