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by 빈자루

추워. 몸이 떨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추워. 손을 짚고 사방을 둘렀다. 비에 젖은 가지가 흔들거렸다.

추워. 팔을 감싸 몸을 안았다.

쌀칵. 가방을 뒤져 라이터를 꺼냈다.

쌀칵. 쌀칵. 젖은 손에 부싯돌이 헛돌았다.

쌀칵. 쌀칵. 쌀칵. 다리 밑을 향해 기었다.

쌀칵. 마른 벽에 손을 비비고 부싯돌을 당겼다.

팔랑. 주홍 불이. 잠시 일다가 사라졌다.

삭. 불을 당겨 마른 종이를 대었다.

휙. 불이 사라졌다.

쌀칵. 손을 모아 다시 불을 붙였다.

팔랑. 불이 다시 종이를 삼켰다.

팔랑. 종이가 탔다.

후. 바닥에 뺨을 대고 숨을 불었다.

후. 빨간 불이 움직였다.

휙. 바람이 불었다.

안돼. 가슴을 땅에 대고 불을 안았다.

팔랑. 연기가 솟았다. 종이에 다시 불이 붙었다.

후. 숨을 불어 넣었다.

북. 가방 속에 책을 찢었다.

북북. 나는 책을 찢어발겨 불에 올렸다.

죽을 것 같더니 불이 방패연 같은 구멍을 만들며 아기 손 만하게 일어났다.

후. 숨을 불어 넣었다.

후. 숨을 불어 넣었다.

북. 나는 책을 찢었다.

부욱북. 종이가 찢어지고 불이 흔들거렸다.

부욱부욱 북. 북. 불이 흔들거렸다.

부욱부욱. 활자들이 춤을 추었다.

부욱부욱. 군인머리가 가방에서 쏟아져 나왔다.

부욱부욱 북. 북. 총무와 양털 후리스, 분홍색과 돼지들이 튀어나왔다.

부욱부욱. 항공기와 지우개가 튀어나왔다.

부욱부욱. 북. 북. 독서실 원장과 빨간 눈이 튀어나왔다.

부욱부욱. 북. 북. 노숙자와 잘난 척하는 양복쟁이들과 구멍 난 양말과 담벼락이 튀어나오더니 늙은 남자와 커다란 남자, 젊은 여자까지 튀어나왔다.

부욱부욱. 북. 북. 나는 가방을 탈탈 털어 그 안에 숨어 있던 홍두와 검은 새와 열세 자리 자물쇠와 계산이 느린 늙은이와 핸드폰의 진동모드까지 모든 것을 털어 넣었다.

부욱부욱. 북. 북.

불이 흔들렸다.

연필을 던지고 필통을 던지고.

총무를 던지고 후리스를 던지고.

노숙자를 던지고 아저씨를 던지고.

원장을 던지고 검은 새를 던지고.

담벼락을 던지고 장수생을 던지고.

돼지들과 초짜들을 던지고.

양복쟁이와 고학 소녀를 던지고.

홍두를 던지고.

필사책을 던지고.

가방을 던지고.

독서대를 던지고.

바지를 던지고.

후드티를 던지고.

아저씨를 던지고.

더플코트를 던지고.

도둑들과 알바생들 을 집어 던지고. 덜덜거리는 노인을 집어던지고. 행렬들을 집어 던지고.

모든 것이 흔들거렸다.

모든 것이 흔들거려 불 속에서 활활 타오를 때 쯤엔 나는 발가벗고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펑.

라이터가 터지며 불이 튀었다.

펑. 펑.

잇달아 소리를 내며 라이터가 터졌다.

펑. 펑.

기름이 튀며 불이 타올랐다.

펑. 펑.

건너편 다리 밑에서 그림자가 춤을 추었다.

그때. 그림자는. 내 불은.

검은 강물 위의 어떠한 빛보다도 더욱 크게 흔들렸다.

마침내 그 빛들이 모두 재가 되어 사라졌을 때 나는 홍두에게 문자를 보냈다.

니 지금 어디로.











https://youtu.be/8Rip17BOu0g




<너무 졸려서 참을 수가 없네요. 오늘 하루만 다들 힘내세요. 얼른 가서 자야겠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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