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_ 무사 이장수올씨다!

by 빈자루

붉은 얼굴이 이어 말을 뱉었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로군."

그가 더한 한마디에 나는 심장에 타격을 받은 듯 했다.

스승님.

감히. 이 자가.

내 앞에서.

스승을.

모독해?






_벽력장(霹靂掌)

낮은 진언이 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커흑. 장을 맞은 주과장이 입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_장탄일섬(掌彈一閃)

의자에 앉은 채 밀려나는 주과장을 향해 나는 연달아 일섬을 발사했다.

콰직. 콰직. 카릉.

첫 번째와 두 번째 일섬이 주과장의 명치와 가슴에 박히며 뼈 마디가 어긋나는 비명을 질렀다.

연달아 터진 뇌섬으로 그의 신형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의자에서 튕겨 나온 그가 보기좋게 사무실 바닥을 굴렀다.

"흥. 애송이. 실력이 많이 늘었군."

바닥에 처박혔던 주과장이 피를 뱉으며 섰다. 늑골을 쥐고 있었지만 그의 입가엔 비린 웃음이 걸려있었다. 피가 하얀 와이셔츠를 적셨다.

어긋난 뼈 마디를 맞추듯 몸을 비틀며 붉게 물든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 풀었다. 빈틈없는 기획실 출신 엘리트의 모습은 사라지고 피에 굶주린 광인의 눈이 형형히 빛났다.

_진곤수시미 마공섬(震坤隨時微 魔空閃)

그가 낮게 읊조렸다.

발끝이 지면을 가볍게 스치는가 싶더니 이내 굉음과 함께 바닥을 찍었다.

붉은 진각(震脚)이 그를 중심으로 둥글게 퍼졌다.

컥.

동심원의 가장자리가 내가 선 자리에 닿자 심장이 가라앉았다.

밀리지 않기 위해 주먹을 앞으로 막아 버텼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파동이 아니었다. 하체에 모았던 공력이 맥없이 풀려버렸다.

컥.

무릎이 꺾이며 내려 앉았다.

공력이 빠르게 소진되었다.

_전진나이 대가마 나이섬(全盡奈移 大加魔 奈移閃)

옭죄고 있던 붉은 기운이 하얗게 탈색되며 주과장의 손 아래로 끌려들어갔다.

커헉.

스승님...

불초 제자. 이제 스승님을 따라... 갑니다...

조평 형님...

명이 형님...

무림촌의 그리웠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_거차신마 필차 나래침(巨遮神魔 必遮 奈來沈)

주과장의 손 아래로 모이던 기운이 날카로운 칼날로 화해 내 목줄기를 노리고 쇄도했다.

'정신차려!'

명월이었다.

명월의 쇄된 음성이 고막을 쳤다.

'나는 약한 남자는 좋아하지 않아.'

달빛 아래 새초로미 얼굴을 붉히던 그녀. 커다란 옹달 같던 눈에 눈물을 담던 그녀. 그녀가 떠올랐다.

'일해. 돈 벌어야지.'

그녀의 재촉이 흩어지던 의식의 실타래를 낚았다.

나는 약한 남자가 아니다.

나는 약한 남자가 아니다.

나는 약한 남자가 아니다.

_거차신마 필차 나래침(巨遮神魔 必遮 奈來沈)

칼날이 내 목 아래 동맥을 끊으려는 순간.

카직 카직 카지지직.

기와 혈이 엉키며 내 몸이 불길에 휩싸였다.


무사 이장수.

무림촌 12대 당주.

스승 오온의 마지막 수계.


천개의 바늘들이 뒤틀린 세포 하나하나를 찔렀다.


나는.


무사 이장수올씨다!





https://youtu.be/a1q00DTC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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