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데에는 여러 이견이 있었다.
그에 반대하는 이론으로는 첫째.
길이가 짧다는 것이었다.
"형. 쥘 수 있어야 힘을 모을 수 있죠. 쥘 수 없는데 어떻게 사람을 베요."
법대를 다니는 똘똘한 형이었다.
형은 항상 똘똘한 소리만 했다.
그러면서도 술은 지나치게 마셨고 공부는 하지 않았다.
나는 법대를 다니는 사람이 저렇게 술만 마셔도 되나 하고 걱정했다.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 형이 말했다.
"아니야, 죽일 수 있어. 이걸 쥐어봐. 칼이나 젓가락이나 원리는 똑같아. 짧다고 죽일 수 없는 건 말이 안돼."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에이. 형. 그건 안되죠. 무게를 전달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길어야 한다니깐요."
법대 다니는 형이 손바닥을 벌리며 말했다.
나는 역시.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니야, 잘 생각해봐. 너는 이게 안돼?"
형이 젓가락을 까닥였다.
접시엔 소면 두 젓가락이 남아 있었다.
나는 형들의 눈치를 보며 젓가락으로 소면을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요?"
법대 형이 손바닥을 더 벌리며 말했다.
"이정도?"
죽일 수 있다던 형이 손의 길이를 따라했다.
"아니요. 이 정도요."
법대 형이 벌린 길이를 좀 더 넓혔다.
"그래. 그 정도면 되겠지."
죽일 수 있다던 형이 진지하게 끄덕이더니 젓가락으로 남아 있는 소면을 모두 쓸었다.
우리는 매일 술을 마셨다.
매일 운동을 하고 매일 술을 마셨다.
돈이 없어서 안주는 못 먹어도
술은 매일 마셨다.
운동을 하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빨리 취했다.
하지만 빨리 취해도 빨리 깨었다.
그게.
젊음.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