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밖에 우산을 대어두게."
다음날 대청에 나온 스승이 장수에게 말하였다.
그날 저녁, 정말로 김사인이 단신의 몸을 이끌고 홀연히 스승의 댁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초의 차림에 삿갓을 쓴 그는,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저벅저벅 사립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스승은 이미 대청에 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차를 한잔 드시지요..."
사인이 앉은자리에서 빗물이 옷을 타고 흘러 마루바닥에 떨어졌다. 사인은 말없이 입술에 찻잔을 가져다 대었다.
"..."
"..."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해가 지고 사위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빈 달이 걸리고, 쏙독새 울음이 고요를 대체하고서야 이윽고 사인이 입을 열었다.
"..."
"..."
"천하는..."
"..."
"... 누구의 것입니까?"
스승은 말이 없었다.
사인도 그에게 더는 말을 묻지 않았다.
"..."
스승은 말 없이 사인의 빈 잔에 우러난 잎차를 채워주었다. 사인이 쓸쓸히 그 잔을 가져다 입에 대었다.
사립문 밖에선 주인 없는 들꽃이 온 몸을 흠뻑 적시며 비를 맞고 있었다.
"..."
"..."
사인은 빈 달이 내려오고, 젖은 들꽃들이 빗방울의 무게를 이겨 고개를 들 때가 되어서야 돌아갔다. 장수는 그가 앉았던 자리를 마른 걸레로 쓸어내었다.
"스승님. 저분은 강호에서 의협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분입니다. 어찌 그 분과 한마디 말씀도 나누지 않으셨습니까."
스승이 말하였다.
"... 아이란 본디..."
그가 말을 이었다.
"어여쁘고 약한 존재여서... 어느 집에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네..."
"..."
스승의 말 소리가 계속 되었다.
"... 남의 것을 빼앗아 그것을 나누려 하는 것은, 협의가 아닐세..."
스승이 천천히 사립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사립문 밖에선 들꽃들이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승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들꽃을 바라보았다.
무림촌 전체에 태양이 고르게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