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광

6화

by 빈자루

"주모, 여기 독한 술을 항아리째 하나 주시오!"


사방에 버러지들이 왱왱대 술을 마실수가 없소. 내가 싹 다 씻어버려야겠소.


승광이 말하였다.


"아니, 이 땡중 놈이 뭐라 했소? 무어? 버러지? 버러지?"


앞섭을 헤친 채 술을 마시던 술꾼이 승광의 말을 듣고 분기하여 일어났다.


승광이 앉은 자세로 뒤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허. 버러지를 버저리라 하지, 그럼 장군님이라고 불러주리이까?"


"뭐? 이놈아,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이 오살 헐 놈의 땡중이 지금 뭐라고 씨불이는겨?"


술꾼이 승광에게 달겨붙자 주위의 취꾼들이 그를 거들었다.


"거, 버러지라니. 부처님의 공덕을 닦는 자가 입을 어찌 함부로 놀리는 게요?"


승광이 말하였다.


"소승. 땡중을 땡중이라 부르시기에 기척 하였소. 부처님을 부처님이라 부르면 부처가 기척 할 것이오.


허면, 버러지를 불렀을 때 기척했던 이들은 누구들이시요!"


엄중한 승광의 말에 주위의 소란이 삽시간에 사그라들었다.


승광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내 비록 이곳 태생은 아니나, 검결 선생의 오랜 벗으로써,


무림촌의 동쪽에서 배를 곯는 이들이 있다 하면 검결 선생이 그들에게 양곡을 내어주고,


무림촌의 서쪽에 있는 이가 송사에 휘말리면, 검결 선생이 그에게 달려가 서를 써주었다 들었소.


무림촌의 장년들은 검결 선생에게서 언문을 깨우치고,


무림촌의 아녀자들은 검결 선생에게서 칼을 깨쳐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웠으니,


무림촌에 검결 선생이 해를 끼친 이가 있소이까!"


승광의 말을 들은 취객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아래를 향하였다. 그리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조용히 주막을 빠져나갔다. 승광은 잔에 남아 있던 곡주를 모두 비운 후, 주모에게 삯을 치르고 주막을 빠져나왔다. 대낮부터 독주를 다섯동이나 마셨음에도 그의 걸음걸이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안면에는 취한 기색이 없었다.


그의 걸음이 살구나무 밭을 지나,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오온의 집 방향으로 거침없이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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