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엄마는 다시 떠올리기도 괴로울 만큼 심하게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살면서 이 단어를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는데, 엄마가 하는 그 구토의 몸짓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토악질’이라는 단어로밖에 이 상황을 설명할 수 밖에 없음을 깨우쳤다고 해야 할까. 별로 먹은 것이 없었기에 무언가 구토해서 나올 것 또한 없었고, 그저 온 몸에 남아 있지도 않은 힘으로 몸통을 쥐어 짜내면서 토해내는 건 엄마 눈에만 보이는 형광 분홍, 노랑, 파랑 액체뿐이었다.
엄마는 나중에 정신이 좀 들고는 그걸 토하는 자신이 마치 퇴마사 같았다고 했다. 전날 내가 사다 준 딸기 생과일 주스, 레모네이드, 블루레모네이드 병을 쪼르르 세워놓고 “이거 너무 예쁘다~ 내가 완-전- 좋아하는 색깔이야 다!”라고 감탄하면서 아가 같은 눈으로 한참을 신나게 들여다보던 엄마를 보았으므로, 그걸 또 섬망으로 연결해서 꿈으로 꾸는 것이 나는 그저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귀신을 좇으려고 그런 색깔의 액체를 토해내는 퇴마사가 된 기분이었다며 몸을 진저리 쳤다.
감사하게도 엄마가 그런 악몽 같은 환각을 보는 종류의 섬망을 겪는 날은 엄마의 남은 날 중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내가 보고 듣지 않은 것들을 엄마가 마주하는 순간들이 올 때마다 나는 나에게도 또한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슬픔 따윈 들여다볼 새도 없이 태연한 척 엄마를 안심시킬 뿐이었다.
어떤 날은 엄마가 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동조해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엄마가 지금 마약성 진통제를 맞고 있잖아, 엄마 마약하는 사람들이 원래 환청 환각 이런거 보는 거 알지? 약 기운 때문에 엄마도 꿈 꾸는거니까 걱정 안해도 돼~”라고 이미 몇십번쯤 한 말을 마치 처음 하는 사람처럼 또 설명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엄마 좋은 꿈 꿔야 하니까 행복했던 기억, 아름다웠던 순간 이런 것만 떠올려 알았지? 우리 세부 여행 갔을 때 기억나? 그 하늘 색깔이랑 바닷물 빛 엄마가 제일 좋아했잖아 그거 기억 나지? 엄마 처음에 진통제 맞고 봤다던 그 분~홍 노~랑 파~랑 동그라미들, 은색 반짝 반짝 빛나는 유리 수정들, 그런 영상들~ 그렇게 예쁜 것만 생각하면서 예쁜 꿈 꿔야 해 엄마 알겠지?” 최면을 걸듯 속삭이며
부디 엄마가 매 순간 무섭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다행히 엄마는 그 때마다 아기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감은 눈 앞에 그 아름다운 그림들이 펼쳐진 듯 미소를 지어주고, 그렇게 내가 엄마와 함께 한 삶 동안 내내 그래준 것처럼 내 말을 누구보다 잘 들어주고 믿어주고 의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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