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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Mar 31. 2018

공동체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

[여러번 읽은 책 리뷰] 어느날 난민/ 표명희 장편소설

*창비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어느날 난민이 된 이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도 태초에 고향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낳아준 사람이 있듯. 가문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다고 가족에게 죽임을 당할뻔 했던 이도, 아프리카 부족장의 딸임에도 백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살해위협을 받았던 이도, 독립운동을 하다가 고향을 떠나 쫓겨 온 이도 처음부터 난민은 아니었다.  '어느날 난민'이라는 제목에서도 말하듯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어느날 난민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품은 채 한국의 섬이라는 공간에 도달한다. 떠나온 곳에서의 아픈 기억을 치유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은 함께 성장한다.


길게 줄서 체류 허가를 위해 기다리는 외국인. 피난처를 찾아 유럽, 한국까지 흘러온 낯선 이들. 그리고 바닷가의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동 크루디까지. 우리는 난민을 이러한 모습으로 떠올린다.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의 속에 난민은 내 이야기가 아닌 조금은 먼 이야기로만 생각되어 왔다.


타인의 불행을 보며 나의 안정을 위로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당연해서 위기감없이 공감하지 못했던 국적의 문제, 전쟁의 문제, 테러의 문제... 책 속의 주인공 혜나와 어린 '민'은 이런 나에게 당연한 것은 없음을, 결국 나의 문제일 수 있음을 말한다.





공항 근처의 섬에 세워진 신도시. 그 곳에 외국인 지원센터가 들어선다. 외국인 지원센터로 흘러온 난민들은 국적을 취득하기 전 머물 곳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그 곳에 모인 이들. 그리고 집을 버리고 길거리를 헤매던 또 다른 난민 혜나와 어린 '민'이 등장한다. 혜나는 민을 잠시 외국인 지원센터에 맡기게 되고, 민은 어린 난민으로써 외국인 지원센터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간다.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고, 오해를 풀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으며 온전하지도 않다. 누군가는 떠나고 남는다. '난민은 어디 먼데서 온 사람이야. 낯선 곳에 와서 쉽게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도는...'이라는 해나의 말에 아이는 '우리도 난민이야?'라고 묻는다. 그렇게 아이는 해외에서 온 난민들이 잠시 머무는 센터에서 살게 된다.


결국 모든 투쟁은 당사자의 문제가 될 때 힘을 갖는다. 우리 또한 난민이 될 수 있으며, 어쩌면 이미 중심부를 향해 끝없이 허공에 소리치는 주변부 난민일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물 하나하나에 마음이 쓰였다. 그들이 만든 공동체는 연약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사랑해간다. 그 온전치 못한 모습에 오히려 실존하는 장소같았다. '공동체구나. 이들이 이룬, 혹은 꿈꾼 모습이 결국엔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 그 일원이 되는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잠시 머무는 곳에서 이룬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들이 흘러들어온 민으로 인해 좀 더 '함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또한 난민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의 공동체를 온전한 모습으로 만들어갈수 있지 않을까. 나조차 선입견에 휘둘려 불안해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함께'를 두려워않는다면,  어쩌면 모두가 난민인 세상에서 연대의 가치를 최우선한다면 마을은 민샤들을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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