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자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야설은 골방에서 혼자 보세요

by 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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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의 여성성을 겨냥한 물리적 폭력을 암시하는 공격은 셀 수도 없이 많이 받아 보았지만, 이런 식의 비꼬기는 또 신선해서 기념 삼아 기록해 둔다. 취재원과의 술자리 뒤 후폭풍처럼 몰려드는 숙취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일기에 달린 댓글이었다. 보자마자 미련 없이 차단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늦은 시간까지 50대 남성과 단 둘이 술을 마시는 것이냐?" 비슷한 내용으로 기억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저질스럽고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도발에 넘어가 멍청하게 굴거나, 그치의 저속하기 그지없는 호기심을 애써 올바른 방향으로 정정해 주는 노력을 기울이기에는 내가 퍽 나이를 많이 먹었다. 만사가 피곤하다는 뜻이다. 그 댓글을 작성한 치는 나의 다른 글에도 언론업이 사양 산업임을 주장하는 정보값 없는 댓글을 연이어 남겨 놓았는데, 자신의 식견과 고상함을 자랑하고 싶었다면 저런 식의 댓글을 남기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다.


여기서 본인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한 전직 정치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패널 중 한 명이, 각종 단독 보도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익히 증명한 바 있으며 능력이 출중하기로 동료들 사이에서 이름난 어느 여성 기자가 취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업무를 더 수월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패널의 그와 같은 망언을 방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요점을 잔뜩 뭉뚱그린 사과를 했다.


문제의 언사를 다소 풀어쓰자면, 점잖지 못한 자리에서 은밀하게 쓰이곤 하는 '사랑 마와리'라는 은어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사랑 마와리'란 노골적으로 말해 '미인계로 취재원에게 빨대를 꽂는' 행위를 이른다. 당연하겠지만 남성 기자에게 쓰는 말은 아니다. 여자 주제에 취재를 그렇게 잘할 리가 없으니 다른 부정한 수단을 쓰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여성 기자가 당할 수 있는 최고의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기자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고, 유능한 여성들은 늘 이런 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부당하게 폄하당하곤 한다.


더불어 그와 같은 언사는 여성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성 기자를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다수의 취재원에 대한 모욕이다. 물론 술자리에서 갑자기 손을 가져가 얽는 자, 취한 척하며 매달려 허리를 쓰다듬는 자, 불쾌한 추파를 던지는 자 등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보다 더 많은 취재원은 자신이 만나는 여성 기자를 직업인으로서 정중히 대한다. 그러니 추잡한 야설은 골방 구석에서 혼자 쓰시고 혼자 보시라. 본인이 그런 생각만 하고 산다고 해서 남들도 다 그렇게 살지는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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