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쉽게 상하는 음식을 팔아요
요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뒤늦게 푹 빠져 있다. 공각기동대를 아주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영향을 받아 순식간에 SAC 1기를 몰아서 보고 2기를 달리는 중이다. 대사가 많고 현학적이라 TV에만 눈을 집중하고 보고 있는데,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이런 대사를 쳐서 순간 숨이 막혔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소용이 없지.
기자질을 하다 보면 '정보의 유통기한'의 무게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무리 좋은 정보를 파악했다 한들 다른 기자가 그걸 가지고 먼저 기사를 써 버리면 소용이 없다. 보도 시점에 꼭 필요하지 않다면 이게 또 소용이 없다. 시의성을 갖춘 정보를 가지고 남들보다 빨리 기사를 내보냈다 한들, 웬만한 '특종'이 아니라면 그 기사는 길어야 하루쯤 되는 효용밖에 지니지 못한다. 현시점에서 기자는 유통기한이 짧은, 쉽게 상하는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위통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달째 일을 쉬면서 느긋하게 취미생활을 즐기다가 갑자기 일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낀 데 부아가 나서 남자친구한테 아무렇게나 종알거렸다.
"나 아까 뼈 맞았어. 누가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소용이 없다'라고 했잖아. 이 일을 하다 보면 가장 크게 와닿는 말이란 말야."
"그래서 기자들은 시간 싸움을 하는 거 아냐?"
"그렇지."
"유통기한이 없는 정보를 다루는 건 학자들이겠지."
"오. (잠시 후) 좀 멋있는데?"
"(동시에) 방금 좀 멋있었는데?"
감명 깊은 대화였기 때문에 여기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