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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Feb 01. 2023

바퀴벌레 양갱을 먹어야 하는 이유

어서 배양육이 상용화돼야만 한다

    〈아바타 2〉는 무척 고통스러운 영화였다. 상영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오고 싶었던 것을 간신히 참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온 뒤에는 포경 산업에 종사하는 자들의 머리뚜껑을 죄다 따야 하며 이런 영화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에게 돌고래 쇼를 보여 준 일본 현지 프로모션 팀은 미친 게 분명하다는 이야기를 동어반복적으로 30분은 했던 것 같다. (그런 주제에 고기로 만든 안주들을 곁들여서 술을 잔뜩 마셨다. 인간이란 뭔지.)


    종 차별이라고 한다면 사실이기도 하니까 할 말은 없는데, 어떤 면에서든 내 눈에 혐오스럽지 않고 심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는 동물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고래와 코끼리도 그 중 하나다. 정말 멋진 생물들이다. 거대하고 우아한데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루고 살아갈 정도로 지성이 뛰어나다. 그런 생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삶의 터전까지 짓밟는 것이 인간이고, 〈아바타 2〉는 그런 추악함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영화였다.


    포경 산업으로 말미암아 지탄을 받고 있는 일본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이 명확한 영화였다고 해도, 다른 나라라고 해서 크게 다를까 싶은 것이다. 수많은 상어들이 샥스핀의 재료가 되는 지느러미만을 잘린 채 버려져서 익사한다. 한국에서는 1986년부터 포경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고래가 아주 우연히 그물에 걸려들었다는 핑계를 대며 불법 포경을 자행하고 고래 고기를 유통하고 있다.


    먹는 행위를 아주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쯤 되면 미식이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캐비어니 샥스핀이니, 맛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어 보면 미각을 크게 자극하는 것 같지도 않고, 단지 희귀하기 때문에 고급 식재료 취급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흔히 소비되는 유제품이나 계란류, 육류도 탄소 배출량을 늘리고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 그리고 잘 손질되고 포장된 최종 결과물만을 받아드는 많은 현대인들은 이런 사실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인간이 자신의 지성을 자랑스러워하는 동물이 맞다면, 자연을 착취해 얻은 식재료로 요리해야 한다는 고집은 버리고 조리 기술을 발전·향상시키는 쪽이 좀더 많은 생명체에게 이로운 방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바퀴벌레 양갱을 먹어야 할 것 같다. 곤충은 양식이 쉽고 빠른데다 탄소 배출량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생리적인 거부감은 어쩔 수 없으니, 그 전에 대체육의 맛과 질이 유의미하게 개선되고 배양육이 상용화된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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