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땡중의 획책
엄마가 절에 갔다가 시무룩해져서 돌아왔다.
대학 공부까지 다 가르쳐놓고 자기 앞가림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이는 큰딸이 백수놀음을 일 년 넘게 했는데도 영 눈에 보이는 소득이 없어서 엄마는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처녀 적에 만난 불교 청년회 친구들과 아직도 절에 다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인 우리 엄마는, 그래서 불공도 열심히 드린다. 우리 딸 잘 되게 해 달라고.
아무튼 오늘도 절에 가서 스님과 대화를 하는데, 내 사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잘은 모르지만, 불공을 드리려면 내 생년월일시가 필요하단다. 아이가 자꾸 면접에서 떨어지는데 방법이 없겠냐고 물으니, 큰딸이 욕심도 많고 기대치가 높은데 엄마가 그걸 뒷받침해 줄 그릇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나를 어디 좋은 집(?)에 양녀(?)로 보내라고 했단다.(난 스물일곱 살이다…….) 박근혜도 부모 잘 만나서 대통령까지 하지 않느냐고, 나도 집에서 지원만 잘해 주면 크게 될 인물이라고 했다나. 그러면서 큰딸이 미안해서 말은 못 하지만 엄마를 꽤 원망하고 있을 거라고 했단다.
"그런데 엄마, 박지만은 약 했잖아……."
"그러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픽픽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다가 스님이 그다음에 공양미 삼백석이라도 달라고 그러더냐고 깔깔 웃었는데 엄마는 짐짓 심각했다. 어쩐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오늘 시험은 어땠냐고, 요즘은 우울하지 않냐고, 주변에 내가 잘 되도록 '밀어'줄만 한 아는 사람이 없냐고도 묻기에 좀 이상하다 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면접 가서 부모님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란다. 내가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게 양쪽 집안이 다 불교라고 대답했기 때문일 것 같다고 혼자 고민한 것 같았다.
그 스님이 진짜 쓸데없는 말을 했다. 어디서 남의 가정에 불화를 조장하고 있어. 면접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엄마의 종교는 별로 중요치 않지만 엄마 '기도빨'이 너무 세서 예수님이 열받는 바람에 떨어졌을 거라고 해서 엄마를 웃겼다. 그리고 국민일보에서 받은 5만원으로 치킨을 시켜서 동생이랑 셋이 먹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낸 헌금의 발톱의 때 정도 됐겠지만 그래도 예수님 짱. 예수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