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육식동물들은 사냥한 동물의 내장만 파먹고, 나머지는 버리고 떠난다. 선객이 식사하는 동안 주변에서 기회를 노리며 기웃대던 청소 동물들은 그제야 만찬을 즐길 수 있다. 그러고도 남은 찌꺼기와 뼈 같은 것들은, 청소 동물들보다 더 작은 곤충이나 미생물 따위의 분해자들이 먹어서 흙으로 돌려보낸다. 물론 육식동물들이 늘 사냥을 하진 않는다. 사냥은 꽤 고된 일이기 때문에, 기력이 달리는 와중에 마침 먹을 만한 것이 있다면 입에 가져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거위벌레는 가지에 달린 나뭇잎을 솜씨 좋게 돌돌 말아 요람을 만들고 그 속에 알을 낳은 뒤 땅에 떨어뜨린다. 도토리거위벌레는 참나무 도토리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은 다음 도토리가 달린 가지를 주둥이로 잘라 떨어뜨린다. 거위벌레 유충의 식사이자 집이 되는 도토리나 이파리는, 집의 기능을 잃게 되면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어쨌든 요점은, 식사를 남긴다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자연계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고, 삶과 순환의 당연한 일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나는 어떨까. 슈퍼에서 장을 보거나 군것질거리를 사러 잠깐 편의점에 다녀올 때 우스갯소리로 배우자에게 "사냥해 왔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지 진짜배기 사냥이 아니다. 30만 년 전의 인류가 하던 사냥과 채집도 할 줄 모르고, 1만 년 전의 인류가 시작한 농사도 짓지 못한다.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진열된 식재료를 사 와서 그냥 입에 밀어 넣거나 입에 넣기 전에 불에 올려놓는 것뿐이다. 도축이든 개량이든, 뭐가 됐든, 식량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과정은 내게서 극도로 유리돼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남기는 음식들이 과연 흙과 물과 공기로, 순리대로 되돌아갈 지도 의문스럽다. 음식물 쓰레기는 재처리를 거쳐 가축의 사료나 비료로 재가공된다고 얼핏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일반 쓰레기와 분리한 다음 깨끗하게 버리려고는 든다. 허나 쓰레기장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보면 가축이라고 해도 과연 이걸 먹고 싶은 마음이 들 지 늘 의심스럽기 때문에, 정말 이것만큼은 못 먹겠다 싶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면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쓴다. 다 먹어치우거나, 먹지 않는 식재료는 아예 집에 들이지 않거나.
주로 육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접할 수 있는 반응인데, 섭식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마치 자신에게 향하는 공격인 양 받아들이고는 바르르 떨면서 "그러면 너는 야채도 생명이니까 먹지 말아야지?"라고 있는 힘을 다해 비꼬는 사람들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버섯 같은 균류도 있지만 일단 뭉뚱그려서 말한다면) 동식물 모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땅으로 돌려줄 게 아니라면, 또 그럴 수도 없다면, 분에 넘치게 많은 것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적어도 팔이 닿는 범위에서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이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 조장이 별로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골하는 것보다도 내가 태어난 곳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대체로 끔찍하다고들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