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일
작년 1월에 쓴 일기를 지금 다시 보니, 놀랍게도 연초에 세운 계획 중 지킨 게 하나도 없다. 왜냐면 우울증에 걸린 줄도 모르고 혼자 고생하다가 뒤늦게 내원한 다음 내내 투병(?)만 하면서 보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울증에 걸리면 여러 가지 면에서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오로지 빨리 나아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간을 보냈더니, 최소 1년은 걸리리라고 예상되던 치료 기간을 그 안쪽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살은 뺀 만큼 고스란히 쪘지만(지금 먹는 약의 부작용인 것 같기도 한데 조금 지켜봐야겠다) 신체 건강에 큰 문제는 없고, 정신 건강은 병원에 다니기 전보다도 더 괜찮아졌다. 매달 몇만 원씩을 병원비와 약값에 썼는데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저 무탈하고 평온한 것이 최고임을 작년에 정말이지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따로 신년 계획을 세우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건강한 삶을 위해 스스로 세운 소박한 규칙들만 잘 지키면서 살 요량이다. 약을 잘 챙겨 먹는 것은 기본이다. 자꾸 깜박거리는데 조심해야 한다.
1. 늦어도 꼭 자정 전에는 잠자리에 든다.
2. 잠자리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정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을 틀어 놓고 잔다.
3. 세 끼를 잘 챙겨 먹는다.
4. 감정적 교류를 소홀히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한다.
5.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서만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6. 외출을 자주 한다.
7.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한다.
8. 너무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내일을 생각한다.
9.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10. 그러려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