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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Jan 02. 2022

급기야 유행이 지난 악기를 좋아하고 마는데

류트와 하프시코드를 좋아하는 노답인간

    학창 시절 나에게 락을 전파한 친구와, 언젠가 '우리가 겪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살아가야만 하는 일의 서글픔'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연령대는 자꾸 높아져만 가더니, 급기야는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훨씬 많아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살아 있더라도 제발 오래 사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앉아 있다.


    류트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서론이 너무 길었다. 악기까지도 현대에 와서는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것을 좋아하다니 어떻게 되어 먹은 영문인지 모르겠다. 과장되지 않게 귓가를 두드리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음색이라든가, 울림구멍의 섬세한 모양이라든가, 불룩하고 투박한 울림통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좋다. 류트를 좋아한다고 하는 주제에, 문화생활의 많은 부분을 알고리즘에 의존하고 있는 멍청한 현대인이라 바흐의 곡 몇 개만 돌려 들었다.





    그리고 피아노보다는 하프시코드를 좋아한다. 널리고 깔린 것이 멋진 피아노 연주자들인데 왜 스스로 가시밭길을 자초하는 것일까. 정말 답이 없다……. 연주자 스타일도 따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진다. 일전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클립을 몇 개 본 뒤로 유튜브가 어떤 연주자의 클립을 추천해 주기에 봤더니만, 너무 느끼하게 연주해서 "나의 하프시코드는 이렇지 않아!"를 속으로 외치며 일일이 '관심 없음'에 체크했다. 하프시코드는 적당히 절도 있게 연주해야만 하는 것을…….



    평균율은 하프시코드로 연주해야 제맛이 나거든요.(혼자 그렇게 주장함) 역시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는 원전악기 처돌이들의 빛과 소금이다. 올해는 바흐만 열심히 들어도 한 해가 훌쩍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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