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나의 유년 시절은 언제나 불안했다.
그 불안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인한 불안 일 수도 있고 결핍으로 인한 불안 일 수도 있다. 엄마, 아빠, 나로 이뤄진 우리집은 평화로운 가정이었지만 어딘가 모래성 같았고 늘 지방 출장이던 아빠의 부재는 어린 나의 일상의 대부분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 어린 시절의 나는 알지 못하던 우리집 가정사를 생각해보면 그 어린이는 집안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었고 분위기에 예민한 아이였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불안요소들을 정말 하나도 알지 못했지만 온몸으로 인지하고 살았던 아이였다.
나는 그런 사람으로 자랐다. 안정된 집을 꿈꾸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
타고난 기질인지 그러지 못한 유년기를 보내서인지 둘 중 어떤 게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은 평온이 깨졌을 때의 불안함과 외로움이다. 그 두 가지 감정을 만날 때면 나는 다시 작은 아이로 돌아가 언제 끝날지 모를 긴긴 불안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불안의 실체도 모르고 불안을 떨쳐버릴 능력도 없는 작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