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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라. 네가 원하는 것 말고

회사서 도망치고픈 사람을 위한 조언, <why, YC>에서 얻다니

by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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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못 하는 분위기, 경직된 조직 문화와 위계, 상명하복 등 한국기업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요소를 다 가진 곳이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에 뛰어들 만한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사업 감각이 없고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일에 잼병이라고 판단해서다. 번거롭고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절차와 형식에 대한 피로감이 커질 때쯤, 노동으로 돈을 버는 행위의 본질을 일깨워준 책을 읽게 됐다. <Why, YC>다.


북저널리즘이 내놓은 <Why, YC>는 미국 유수 엑셀러레이터 Y 컴비네이터(이하 YC)에 입성한 한국 스타트업 대표 6인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다들 각자의 계기로 YC를 알게 돼 치열한 면접 끝에 YC에 합격했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메시지가 있다. 'Make Something People want'다. YC 대표인 마이클 세이벨이 줄곧 이들에게 한 말이다. 나는 이 메시지가 뭔가를 팔아 돈 받는 행위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주머니를 열어 내 손으로 오게 하려면, 내가 만들고 싶은 무엇이 아닌 그들의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주변에서 자신의 아집이나 막연한 확신만으로 사업을 밀어붙여 낭패를 본 경우를 봤다. 실패는 부지기수니 그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아 회사에 들어왔지만, 결국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지갑을 열어 돈을 주는 대상이 요구가 뭔지 파악해야 한다. 회사라면 아마 대표, 혹은 그 복수의 집단이 지향하는 가치일 테다. 하고 싶은 일은 퇴근 이후에 하고, 회사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업무에 집중하기로 하고 입사했던 몇 년 전이 떠올랐다. 어디에 있든 내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없다면 어떤 고객의 요구를 더 잘 채워주는지, 그리고 그런 자신이 스스로 마음에 드는지를 지금 몸 담은 곳에서 파악해야 할 테다. 그리고 그 만족감이 지금 이후 나의 업을 이끌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껍데기보다 알맹이에 집중하는 질문 방식이 인상 깊었다. 한국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돌려 말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지만, YC는 핵심에 집중한다. 인터뷰어 중 유일한 여성인 김윤하 심플 해빗 대표의 마음가짐도 존경스러웠다. 여성으로서 회사를 다니는 일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판에 해외에 진출한 젊은 여성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뛰기도 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불만투성이이거나,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소심하고 용기가 부족한 나 같은 사람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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