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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없던 방식으로 관객을 낯설게, <슬립 노 모어>

by 안녕하세요

아니쉬 차간티의 영화 <서치>를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뉴스 수용자가 더 이상 앉아서 뉴스를 보는 행위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영화에서 익명의 누리꾼은 실종된 10대 아시아 여성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방송된 실종 현장을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단서를 찾아 다시 SNS 등에 올린다. 사건의 실마리는 다소 엉뚱한 곳에서 나왔지만 딸을 찾는 데 SNS와 이 도구를 사용하는 이들이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적극적인 태도는 <슬립 노 모어>에서도 드러났다. 슬립 노 모어는 초연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관객참여형 연극이다. 관객들은 기존의 연극을 보듯 가만히 앉아서 작품을 감상하지 않는다. 하얀 가면을 쓰고 익명의 존재가 되어 자유롭게 극에 개입하고, 그 개입의 정도를 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다른 상황을 목격하게 되며 극의 맥락 역시 모두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하나의 공연을 보더라도 관객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작품 세계는 천차 만별인 이유다.


'대중'이라고 불리는 미디어 소비자는 기술 혁명을 겪으면서 미디어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됐고, 그만큼 자신의 관점을 미디어라는 도구에 담아 세상에 퍼트릴 기회를 더 많이 얻었다. 슬립 노 모어는 이런 시대에 걸맞은 연극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시대일수록 일방적이거나 객관적인 사실보다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주관적 메시지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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