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잘 아는 엄마가 좋은 엄마다

임신 계획 없었다고 해서 '나쁜 엄마'아냐

by 안녕하세요

Q. 임신 후기가 될 수록 불안함이 엄습해요. 엄마될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아이가 생긴 제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


A. '엄마될 준비'라는 생각보다 대단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런 계획이 있어도 태어날 아이의 성향에 따른 '케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드 들었고요. 아이의 성향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제 성향이라도 먼저 파악하려고 했어요. 그래야 아이와 저의 합을 맞춰볼 수 있을테니까요.




임신 계획 없었다고 해서 '나쁜 엄마'아냐... 자신의 성향 파악이 우선

가장 두려운 대상을 파악하기만 해도 불안감 해소에 도움


임신 38주 차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인계 업무가 끝났고, 출산 예정일도 상사에게 말해놓은 상태여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이상하게 불안했다. 그리고 그 불안의 실체가 잡히지 않아 더욱 불안했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 자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 감정이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엄마 될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내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 같은 것이었다. 나는 아기를 교육 기관에 보내기 이전 단계인, 양육 단게에서 아이의 정서 발달에 필요한 인정과 지지를 충분히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2~3시간마다 어떤 요구를 해결해달라는 이유로 울어재끼는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끊임없는 아이의 요구에 지쳐 나 자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 결과 아이에게 줄 사랑이 고갈될지도 몰라 두려웠다.


이 감정은 양육자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았다는 확신을 하지 못하는 내가, 나의 사랑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사랑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고민 끝에 깨달았다. 그 결과 아이는 정서적으로 황폐한 상태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고, 이는 곧 나의 실패와도 연결되는 일이었다.


'좋은 엄마'의 시작은 나를 잘 아는 것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 두고 '나쁜 엄마' 낙인은 무의미


이런 나의 특성은 애착 유형에서 비롯했다. 영국 정신분석가 존 볼비는 인간의 애착 유형을 안정형, 회피형, 양가형으로 구분했다. 평생에 걸쳐 개인의 정서와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 애착 유형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에게 양질의 사랑을 주려면 엄마인 내가 어떤 유형인지를 먼저 알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피 성향이 있는 나는 감정과 감정이 직접 부딪히는 일을 부담스러워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감정보다 관념이나 이상 등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가 받은 사랑이 없다고 느끼다 보니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아이가 기질적으로 예민하다면 상황은 더욱 주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결혼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한 애착 유형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 결과 역시 인간이 평생 학습할 수 있고, 학습 결과에 따라 뉴런 체계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속속 입증하고 있다. 반복된 경험과 습관 형성을 통해서다. 여기에 의외의 성향을 지닌 나의 아이가 내게 어떤 전환점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결국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건 아이의 기질 이해, 공동 양육자인 남편과의 관점 합의 등의 경험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될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타인과 관계 맺는 유형을 인식하고 아기에게 사랑을 좀 더 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기로 했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의 저자 박우란 심리 상담가는 모성을 명분으로 아이에게 왜곡된 요구를 하기보다, 자신의 결핍을 이해하고 깨달아 올바른 방향으로 육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게 강요하거나, 자신의 상처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 역시 상처 속에서 큰다고도 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내가 유년기와 성장기 시절에 겪어온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좀 더 풍요로운 공동체를 형성할지도 모른다.


그제야 엄마 될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는 나의 막연한 불안감이, 아이를 통해 채울 새로운 일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금은 바뀌는 듯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태교에도 '엄마 맞춤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