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이었네

누구보다 쉴 틈 없이 달려온 그대, 이제라도 '제발' 쉬어라

by 안녕하세요

Q. 어느덧 임신 후기가 됐어요. 순산하고 나면 그 동안의 레이스도 모두 끝나겠죠? 빨리 아기 얼굴을 봤으면...


A. 주변의 많은 육아 선배들도 얘기했을 거예요, 출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그러니 조리원이나 집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 최대한 푹 쉬세요. 누구보다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해 왔으니까요!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나의 일상은 대충 이랬다.


■100일 전까지 반복해온 일상

am 3:00 새벽수유. 생후 50일까지는 직수(직접 아기에게 젖을 몰리는 것), 이후에는 분유.

틈나는 대로 유축해 아기가 배고픈 상황을 대비

am 7:00 아침수유1

am 9:00 내 아침 먹기. 기저귀 갈기

(우유를 먹는 동안 아기 변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짓무르지 않았는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am 10:00 아침수유2

pm 1:00 내 점심 먹기. 아기 낮잠 자면 집안일(젖병세척·소독, 빨래 등등)

pm 3:00 점심수유1

pm 5:00 저녁 준비

pm 7:00 저녁. 저녁수유1

pm 8:00 아기 목욕. 재우기


■아기의 울음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맞히기: (1) 배고프다 (2) 똥을 쌌다 (3)자세가 불편하다 (4) 공기, 환경이 불편하다 (5) 심심하다.




복직을 3개월 앞두고 아기의 적응 위해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까지는, 쉬는 시간 없이 매 시간 단위로 아이를 돌보는 일상이 이어졌다. 다행히 울며 보채는 경우가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한 번은 열이 39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이틀 밤을 꼬박 새며 아이 곁에 보초를 섰던 적도 있다. 똑같이 내게 부여된 '미션'을 처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회사는 퇴근이 있고 돈을 주지만, 육아는 퇴근이 없고 돈을 주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서툴게나마 목욕하고 기저귀를 갈면서 내가 아닌 타인을 돌보는 데 적응해 갔다. 그러고 나니 내 몸의 회복이나 남편과의 관계, 진로 등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문제들을 깊게 고민할 체력과 여유가 남지 않게 됐다.


그때 깨달았다. 출산은 레이스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결혼부터 출산까지 숨 가쁘게 달려느라, 아기만 건강하게 낳으면 이 퀘스트가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몇 주간의 어중간한 휴식 이후엔, 결국 아기가 성장해 어른이 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었다. '엄마'라는 역할에 후진이나 도돌이표는 없으며, 한 번 낳은 아이는 영원히 내 아이라는 점도 내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니 임신을 알게 된 이후부터 숨 가쁘게 결혼과 출산 퀘스트를 마친 그대여, 바라건대 쉴 수 있을 때 푹 쉬자. 그게 조리원 2주가 됐든, 친정 엄마나 산후 도우미가 도와주는 며칠이 됐든 부담 갖지 말고 아무 생각하지 말자. 이렇게 마음먹어도 아기의 발달 특성에 맞는 육아를 위해 인터넷과 책을 뒤지며 아기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리란 걸 안다.


그리고 몇 개월 남지 않은 남편과의 오붓한 신혼 생활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즐겼으면 좋겠다. 아기는 부부가 초대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다. 어른들끼리의 모임에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가족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초대받은 상대는 먹고 싸는 기본 욕구조차 제대로 해결 못 하는 무력한 약자다. 어른의 생활패턴이 아기의 밥 먹는 시간, 아기에게 쾌적한 온도, 자는 시간 등에 맞춰 돌아가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쓰니 뭔가 겁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이런 모든 양보와 배려는, 아기의 한줄기 미소에 행복으로 되돌아온다. 물론, 나도 미혼 때 이 심정을 공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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