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북, 수영, 국내여행 등으로 아기와의 교감 확대
Q. 엄마될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아이가 생겨서, 어떻게 태교를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속성으로 할 수 있는 태교가 있을까요?
A. 평소에 휴식을 위해 했던 여러 활동이 도움이 됐어요. 수영, 컬러링북, 편안한 음악 듣기 등등이요. 시중에 나오는 태담 동화 등은 저와 맞지 않아 굳이 즐겨 하진 않았어요. 엄마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힐링 모먼트'를 아이와 나누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갑작스레 엄마가 됐지만, 아이에게 배 속에서부터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포털 사이트에 '시기별 태교' 등을 검색하니 다양한 정보가 나왔다. 주수에 맞는 클래식 음악도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이때 알게 됐다. 하지만 클래식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영 지루했다. 내 취향은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등 거친 비트를 가진 쪽에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문득 큰 차이가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 아이에게도 좋은 건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워보게 됐다. 자궁 환경은 나의 기분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내가 기분이 좋은 상태이면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이 갈 것 같아서였다. 무엇보다 태아 탓에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생긴다고 느끼면 아이를 원망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편한 만큼만 여가 활동을 즐겨 보기로 했다. 첫 시도로 평소에 자주 가던 이태원의 펍에 갔다. 큰 음악 소리에 맞춰 춤출 사람은 춤을 추고, 술 마시며 수다 떨 사람들은 수다를 떠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하지만 입장하고 오래 있지는 못했다. 한참 청각이 발달 중인 태아에게 큰 음악소리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내내 신경이 쓰였다. 결국 일행을 펍에 남겨 두고 나만 먼저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싱글 때처럼 모든 걸 자유롭게 누릴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내가 포기하는 만큼 아기의 자리가 생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용하고 내가 집중할 수 있으며, 기분이 좋은 활동은 시끄러운 음악을 듣거나 술을 마시는 일 말고도 얼마든지 많았다.
컬러링북으로 색칠하니 마음 안정에도 도움
수영이 처음이 아니라면 가벼운 운동으로 주 1회 수영도 무방
컬러링북은 나름 괜찮은 태교였다. 중학교 시절에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할 정도로 삽화 그리기에 애정이 있었으니, 그림 그리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 아이에게 전해질 것만 같았다.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수채화의 묽기나 색채를 정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나 자신도 조금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하얀 도화지가 채워지는 과정에서 잡념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몸무게가 급격하게 불어난 중기 이후부터는 1주일에 두 번씩 수영을 다녔다. 임신부 혼자 수영에서 배영하는 모습이 낯설었는지 대놓고 나를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 많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배가 단단하게 뭉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대를 아침에서 저녁으로 바꾸고 나니 좀 적응이 됐고, 아기 역시 물의 부드러운 감각을 함께 느끼는 것처럼 활발하게 움직였다. 다만 임신 후기에 가까워질수록 감염 우려 때문에 자주 가진 않았다. 수영을 시작할 때쯤 나를 경계하듯 보던 아주머니들도 시간이 흐르니 내게 다가와서 따뜻하게 말을 건네게 된 것도 '킬링포인트'였다. 한참 안 보이길래 애 낳으러 간 줄 알았다고. 만약에 아이를 낳으러 가게 돼도 순사하고 오라고. 임신은 일면식 없는 여성을 한 데 묶어주는 끈인 것만 같다.
아무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ktx를 타고 1~2시간 거리로 훌쩍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ktx는 그나마 흔들림이 적고, 내 체구도 작아서 ktx를 타는 데엔 큰 불편이 없었다. 처음엔 혼자,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남편과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아이에게 손발이 묶여 자유로운 여행을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짧게나마 시간을 내서 떠나는 여행이 무척 값지게 느껴졌다. 소소하지만 임신 기간부터 출산 후 1년까지는 ktx 자리를 일반석에서 무료로 우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서비스는 덤이다. 기차가 정차하는 가까운 역에 가서 임신 진단 확인서와 신분증을 제출하면, 역무원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올바른 아이 돼라' 요구하는 태담 동화 불편
태담 동화 읽어주기는 어딘지 나와 맞지 않았다. 한국 신화가 담긴 태담 동화를 사들고 집에 와서 읽는데, 묘하게 내용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단군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한 동화가 모두 끝나고 나서 아이에게 읽어줘야 할 편지의 내용이 이랬다."단군 임금의 아버지가 하나님의 아들이니까, 우리는 곧 하늘의 자손이지. 하늘처럼 드높은 이상과 크고 바른 생각, 먹구름 속에서도 원래의 모습을 잃지 않는 순수함, 이런 좋은 것들을 네가 지녔으면 좋겠어...". 이제 막 성별이 나눠지기 시작한 태아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느낌이었다. 또 드높은 이상과 바른 생각을 지닌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풍파를 겪을 수 있으므로, 내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과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았다. 동화 읽어주기는 2~3번 만에 중단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런 활동을 한 지 얼마 뒤부터, 아기와 어디든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병원 정기 검진 때마다 별 탈 없이 크는 아기를 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껴졌다. 의도적으로 했던 이런 활동은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타고난 성격에 따라 이 중에 즐거웠던 활동을 깊이 각인한 채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