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주춤하는 듯싶더니 다시 활개를 친다. 오늘은 9월 6일,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경계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실시한 지 일 주일된 날이다. 어린이집 휴원으로 아기는 시댁에 맡겼고, 회사는 전례 없던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집에 오면 6시이지만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브런치북을 열어본 것도 이 날이었다.
1년 전, 나는 복직을 앞두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며 ‘속도위반도 수습이 되나요’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을 만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몇 년이나 걸리는 결혼과 출산을 1년 안에 해치운 탓에 뭐가 어떻게 돌아갔던 건지 돌이켜볼 시간이 필요했다. 야심차게 본문에 문답도 넣고, 여러 통계 자료와 한국사회 내 여성의 위상 등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인 양 글을 쓰고 여러 번 퇴고해 브런치북을 완성했었다.
1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느껴졌다. 글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 있었다. 통계 제시니 한국사회 속 여성의 위상이니, 다 좋은 시도다. 하지만 이런 인용이 마치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외부에서 그 요인을 찾는 과정 같아 보였다. 독자의 눈은 무섭다. 댓글 달리지 않기로 유명한 브런치북에 한 독자는 이런 글을 남겼다.
“네, 결혼해서 아이 잘 키우고 잘 살면 속도위반도 수습이 됩니다. 제 친구 중에 한 명도 아이가 먼저 생기고 결혼해서 동기 중에 제일 빨리 결혼했는데, 화목하게 잘 살더라고요. 사람들이 속도위반만 기억하지는 않아요. 힘내시고, 행복한 생각만 하세요.”
당시에는 와 닿지 않았던 이 반응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당시의 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시점에서, 기존의 브런치북을 보완해 다시 완성했다. 처음 썼을 때보다는 조금 더 힘을 빼고, 내 자신의 얘기를 하는 데 솔직해지려고 했다. 속도위반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부조리는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계형 글쟁이가 쓴 보잘 것 없는 원고에 영향을 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다만 나 자신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다른 이들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2. 2019년 9월. 초고를 완성하면서
책 제목에 답하라면, 조심스럽게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다. 그리고 이 물음에 의문을 가지는 누군가에게,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밝히기 어려운 주제라는 점 인정한다. 지금의 남편과 햇수로 3년째 연애하던 2018년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아기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됐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이는 누구보다 나 자신이었다. 겁나고 무서웠다. 하지만 범죄도 아닐뿐더러 누군가에겐 축복일 이 소식이, 결혼이라는 공식 관계에서 들리지 않았다고 해서 쉬쉬할 일은 아닌 듯했다. 게다가 안정적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자신에게 온 생명을 지키는 결단은 웬만한 용기 아니고선 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책이 넘쳐나고, 아기 낳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린 웹툰이 이슈가 되긴 했어도 속도위반으로 결혼하고 출산한 사례를 다룬 콘텐츠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정서적 파급력은 계획적으로 결혼하고 출산한 사람들보다 배로 큰데도 말이다. 그래서 결혼과 임신 준비를 동시에 하게 된 내가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연히 속도위반을 권하고 싶지 않다. 속도위반을 하기 전에 파트너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상의해야 하며, 자녀 계획 역시 충분한 상의 끝에 안정적으로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인생은 그렇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비혼 주의에 나 자신의 경력을 누구보다 살리고 싶었던 내가, 아기의 존재를 알게 된 뒤 결혼과 출산을 결정했듯이.
이 책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처음 상견례하던 날, 회사에 결혼과 임신 소식을 알리는 방법 등 임신 과정과 결혼 준비를 동시에 겪을 이들에게 최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속도위반 결혼으로 비친 한국사회의 결혼, 출산 문화도 조금은 되작여 봤다. 이 책이 나와 같은 결혼 과정으로 마음고생을 할지 모를, 혹은 했거나 현재 고생하고 있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