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당신을 응원하는 이유

시작이 나쁘다고 결과까지 나쁜 건 아니다

by 안녕하세요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다가온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는데도 그렇다. 어제 오늘 겪었던 일들도 빠르게 과거로 사라진다. 처음 아기의 존재를 알았던 2018년 6월도 마찬가지다.


출산 후 가장 변한 건 사람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다. 허락 없이 내 뱃속에 자리 잡은 한 생명은, 대책 없이 내가 양분을 요구하더니 이제는 무력한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변화하라고 보채기까지 했다. 배고픔이나 위생 등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해 주고, 약자를 배려하며 자신과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해 달라고.


나 밖에 모르던 내가 그 요구를 들어주다보니, 어느새 나는 타인에게 포용력 있는 성격이 되어 있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건 내 삶의 과제 중 하나였다. 어쩐 일인지 나는 사람을 쉽게 믿기 어려웠고, 사람들 역시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묵은 때처럼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건 없이 나를 좋아해주고 믿어주는 아이를 보며 그런 마음이 조금씩 옅어져 간다. 어린이집에서 찍어서 보내오는 사진 속 아기는 신나 보이는데,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그리워한다. 다른 사람을 내 기준으로 쉽게 재단하던 버릇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기는 엄마에게 받기만 하는 존재 같지만, 사실 아기를 통해 누구보다 성장하는 존재가 엄마 자신이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비혼주의였지만 만약을 대비해(?) 모아둔 돈이 있었고, 출산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도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이었다. 배우자도 육아와 가사분담에 협조적이고, 시부모 역시 언제나 따뜻한 표정으로 나를 반겨 주신다.


응원할 수 없는 건 한국에서 여성이 결혼을 결심하거나, 감히 혼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결심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태아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이 확대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다, 임신의 탓을 여성에게만 돌리는 시선은 속도위반으로 당황한 여성들을 절망하게 만든다. 집을 마련하고, 아이의 양육비를 마련하는 등의 현실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 몹시 막막한 현실이다.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당신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결정한 당신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부디 당신이 이 책을 읽을 때쯤엔 좀 더 많은 연인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에 무리가 없는 사회가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와 함께 결혼과 임신, 출산 등 모든 과정을 함께 해 준 배우자에게 가장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겁나긴 마찬가지였을 텐데도, 성격이 무던하지 않은 나와 굳이 평생을 보내기로 결심한 점도 고맙다. 서로에 대해 알아갈 시간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양가 부모님에게도 삼가 죄송하고도 감사한 말씀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런 주제의 책을 쓰게 해 준, 귀한 선물인 우리 딸에게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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