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분위기 가족...? 친해지길 바라!

건강한 부부는 원가족과 잘 분리돼야

by 안녕하세요

Q. 상견례에 예비 시부모님이라니...너무 어렵고 심장이 쫄깃해요. 첫 만남을 수월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저도 상견례 자리에서 서로를 연인으로도, 예비 배우자로도 처음 소개해서 머쓱하고 또 긴장했던 것 같아요. 일단 서로의 부모님이 궁금해할 만한 예상 질문 리스트를 공유하고, 화분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잇템'을 건내드렸던 건 좋은 결과를 냈어요.



서로의 부모님에게 허락 아닌 허락을 받았으니, 이젠 서로의 부모님과 만나고 상견례 날짜를 잡을 차례였다. 서로의 부모님에게 소개해준 적이 없었던 우리는 날을 잡아 각자가 사는 지역에서 부모님을 뵙기로 했다.


나보다 훨씬 긴장한 건 남자 친구


서로의 부모님에게 각자의 여자 친구, 남자 친구로 처음 얼굴을 알리는 자리인데, 여기서 "결혼할 사람입니다" 하고 소개할 생각을 하니 더욱 부담스러웠다.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남자 친구는 이 단계에서 나보다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자신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는데, 금지옥엽 키워놓은 막내딸이 얼굴도 모르는 사내의 아이를 가졌다고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거라면서. 우리는 서로의 부모님이 우리에게 던질 예상 질문 리스트를 짜서, 여기에 어떻게 답할지 서로 말을 맞춰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정식집에서 만난 남자 친구와 부모님의 첫 만남에서 아버지는 대뜸 남자 친구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한다고?"


만남에 앞서 아버지의 예상 질문을 뽑아보지 않았다면 압박이 컸을 듯한 질문이었다. 남자 친구가 자신이 하는 일에 답하자 이번엔 더 큰 압박 질문이 돌아왔다.


"신혼집은 어디서 차릴 계획인가?"


지금의 자취방에서 살다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에 이사할 계획이라고, 나와 미리 얘기해놓은 사실을 말하자 그제야 조금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의 대화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체로 아버지가 과거에 몸 담았던 반도체 사업의 주제를 떠냈는데, 남자 친구가 이 분야를 이해하는 듯한 대답을 해서인지 아빠는 그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비전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눌만한 상대로 생각했던 것도 같다.


어머니의 걱정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


"우리 딸이 음식도 여기저기 흘리고 먹기도 하고... 아무튼 좀 칠칠치 못한 성격인데, 괜찮겠어요?"


그게 내 매력이라고 웃으며 받아치는 남자 친구의 말에, 어머니는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남자 친구를 배웅해준다는 명목으로 함께 한 고비를 넘은 걸 축하하러 만화카페의 한 블록에 몸을 뉘었다. 아버지가 연거푸 주는 술을 마신 남자 친구는 그제야 얼굴이 달아오르며 취기도 함께 올라오는 듯했다.


시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풀렸던 순간


내가 보거나 들었던 시가의 모습은 꽤 살풍경했다. 지상파의 아침 드라마에서 갓 시집온 젊은 며느리를 흘겨보며 집안일을 시키거나, 명절 때 시가보다 처가에 먼저 들린 여성이 시어른으로부터 자신을 무시하냐는 역정을 내는 곳이 내겐 시가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너무 극단적이거니와, 나의 시가가 어떨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막연한 짐작은 공포만 불러일으킬 뿐 도움될 게 없었다. 결국 편한 마음으로 나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는 게 최선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1시간 여 거리에 있는 남자 친구 동네의 한 양식집에서 예비 시어른을 만났다. 사진으로만 뵈었던 두 분은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나를 처음 보자마자 어머님은 나를 안아주셨다. 뜻밖의 분위기였다. 만나기 전까진 고민이 많이 됐는데, 내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됐다고도 하셨다. 하는 일, 가족 관계 등 기본적인 신상 공유가 끝난 뒤에는 결혼식 날짜에 대한 친가 쪽의 의견과 시어른 친지 분들의 얘기 등이 이어졌다. 필요한 말 외에는 할 말을 크게 찾지 못하는 우리 엄마와는 달랐다. 최소한 갑작스럽게 만나게 된 관계인데도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상견례는 한 번, 관계는 영원히

첫 손주라면, 시부모도 조부모는 처음이다


첫 만남과 상견례는 이렇듯 몇 번의 이벤트로 끝났지만, 결혼으로 이어진 배우자 가족과의 관계는 평생 이어진다. 배우자 가족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려면 가족의 구성원인 시간과 친가, 남편과 아내 모두가 먼저 서로의 원가족이 공유한 경험을 이해해야 한다. 원가족은 결혼하기 전에 예비 남편과 아내가 지냈던 부모님, 형제자매를 포함한 가족을 말한다. 이해되지 않는 상대방의 행동은 과거의 경험에 따른 결론에 영향을 받는데, 서로의 원가족은 이 경험을 배우자와 가장 많이 공유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속도위반으로 결혼한 부부는 아무래도 각 원가족이 있었던 경험을 공유할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 이런 깊은 얘기까지 원래 했던 사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서로의 행동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오해가 생기기 쉽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결혼 후 이사를 간 시가에서 집들이하면서 나와 남편을 불렀는데, 그 자리에서 시어른은 임신한 나를 위해 침대에서 쉬게 해 주시는 등 배려를 해 주셨다. 나는 그 배려가 감사하면서도 선뜻 표현을 못 하고 있었다가, 나중에서야 시어른이 연락이 오지 않는 내게 많이 화나 있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전해 듣게 됐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표현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아실 거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었다.


생각해보니 연락을 잘하지 않는 내 습관은 무뚝뚝한 성향 외에도 원가족과의 관계와 관련이 있었다. 병원에서 교대 근무를 하는 엄마는 일하는 탓에 연락을 해도 몇 시간 뒤에나 통화가 되는 등 연락이 끊키기 일쑤였다. 그렇다 보니 서로 연락이 없어도 바쁜 일이 있겠거니 으레 생각하던 게 습관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테두리에 있으니 언젠간 밥이라도 같이 먹을 날이 있겠거니 여기면서.


엄마와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밥을 먹고 몸을 부대끼면서 '소통하지 않는 일상'에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지만, 새로 관계 맺게 될 시어른과는 그런 경험의 공유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니 배려받고도 감사함을 표현하지 않는 내게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다. 며느리와 시어른의 사이도 결국 인간관계인데, 갑자기 관계가 형성되면서 공유하지 못했던 간극이 감정으로 번진 경우다.


이 과정은 결혼 후에 임신을 한 부부도 결혼 전에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예비 시부모와 예비 며느리가 결혼 전에 교류가 있었다고 해도 그땐 남자 친구의 어머니, 아들의 여자 친구 정도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들을 둔 부모는 자식의 여자 친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명절을 기념하는지, 1주일에 몇 번의 연락과 교류가 적당하고 보는지 등을 세세하게 알려주거나 기대하기가 애매하다. 결국 이런 기대나 요구는 직접 시가와 며느리로 관계를 맺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확실한 건 대화나 부탁 등 보다 유연한 방식이 가족 등의 개인적 의사소통에선 유리하다는 점이다. 시가 역시 며느리를 통해 시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자신이 원가족과 나눠왔던 경험과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할 필요도, 같다고 무조건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가족 간 규칙은 몸소 경험하고 합의해 나가면서 세워가면 된다.






특히 양가의 어머님들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잘 못 하는 일이고, 아이를 낳기 전엔 전혀 와 닿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일은 많은 희생과 인내를 요구한다는 점을 알고 나이 든 여성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게 생겼다.


나의 엄마, 그리고 나의 배우자를 낳은 엄마 모두 어른이기 전에 한 명의 여성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른들과의 거리를 좀 더 쉽게 좁힐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아이가 태어나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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