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생일은 크리스마스쯤이다.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어린 동생은 생일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함께 받는다고 툴툴거렸다. 그 모습이 안쓰럽기 시작했던 건 언제부터였지. 하여간, 철이 든 누나는 요즘 선물을 네 배로 준다. 차라리 학창시절에 잘 챙겨줄 것을.
코로나가 신경 쓰여 생일을 건너뛸까 하다가, 승진 소식을 들었다. 입사 1년 만에 승진하다니, 누가? 네 동생이! 엄마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기쁨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다같이 모여 밥을 먹었다.
그리고 코로나 검사를 했다. (두둥)
아빠와 같이 일하는 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빠는 밀접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온 가족이 벌벌 떨었다. 아빠가 걸리면, 그래서 내가 걸리면 그다음은 누구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여럿의 얼굴이 보였다. 그 너머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넘나들었다. 아, 이런 거구나. 머릿속으로만 이해되던 것들이 마음 구석구석 깊이 박혔다. 함께 식사했을 때, 우리는 따로 그릇을 썼던가. 사진첩을 보며 이야기할 때 얼마나 떨어져 있었더라. 추억이 될 법한 시간을 샅샅이 뒤져 기억을 기록했다. 어차피 검사했으니 결과를 기다리면 됐는데. 완전하지 않은 기억이 불안에 스며들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같은 가정을 생각했다. 만약 양성이 나왔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 이하 생략.
한바탕 일을 겪고 나니 우리는 서로를 위한 적당한 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어디까지가 안전할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코로나가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그전보다 훨씬 더 간절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꽉 안아주고 싶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반갑다고 손깍지를 끼며 꺅꺅 소리 지르고 싶다. 내 돌사진을 보며 언제 이렇게 컸냐는 아빠의 어깨에 기대, 내 어린 시절에 파묻힌 아빠의 젊은 시절을 함께 찾고 싶다.
하지만 사랑하는 우리의 거리는 지금, 떨어져야 옳다. (근데 사실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적당히 떨어지는 것이 좋다...는 것은 비밀인가?)